순간의 감정을 담은 세기의 선물, 주얼리
- veditor3
- 2025년 12월 25일
- 2분 분량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한 것이 갑자기 우리 안에서 되살아난다.”
― 마르셀 프루스트
세기의 사랑과 결혼에는 언제나 그 감정의 무게를 증명하는 선물, 즉 주얼리가 함께한다. 주얼리는 사랑의 순간을 물질로 붙잡아두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자 한 시대가 기억하는 감정의 형상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기억이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빛을 바꾸는 감정의 구조라고 말한다. 기억은 회상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색과 결을 띠지만,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있다. 흐려지는 감정을 대신해 남아 있는 물질, 바로 오브제다. 그중에서도 주얼리는 가장 오래, 가장 깊게 시간을 품어온 물질로 사랑의 열기와 약속의 떨림, 혹은 어느 순간 스쳐 지나간 감정의 흔적까지 묵묵히 붙잡아둔다. 세월이 지나 마음이 변해도, 주얼리는 그때의 결정을 기억하며 다시 감정을 불러오는 작은 증표가 된다.

사랑은 언어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불현듯 피어올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 비물질적 감정을 인류는 오래전부터 형태 있는 물질에 담아 영원을 꿈꿔왔다. 그래서 주얼리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감정의 형상이며, 사랑을 남기고자 할 때 선택되는 가장 오래된 언어다. 주얼리는 사랑을 기억하고, 증명하고, 전하는 구조를 띤다. 변치 않는 금속은 관계의 지속성을 말하고, 보석의 광학적 깊이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반짝임으로 대변한다. 반지든, 목걸이든, 브로치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열어볼 수 있는 감정의 캡슐이 된다. 감정은 희미해질 수 있지만, 물질은 그렇지 않다. 수백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나, 보석은 말없이 시간을 견디며 존재한다. 주얼리는 그렇게 ‘현재 감정’을 ‘미래의 기억’으로 옮기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사랑의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1796년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건넨 약혼반지다. ‘투아 에 무아’, 즉 ‘너와 나’라는 이름의 이 반지는 페어 컷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를 나란히 세팅한 절제된 형태로, 서로 변하지 않을 것임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내는 오브제다. 이 반지는 시대를 지나며 ‘세기의 사랑’을 상징하는 기호가 되었다.
심프슨 부인이 착용한 까르띠에 팬더 브로치. Vincent Wulveryck, Collection Cartier © Cartier, © Robert Doisneau / Rapho
사랑을 위해 왕위를 내놓은 윈저 공의 삶에서 주얼리는 선택의 의미를 붙잡아두는 오브제였다. 1936년 결혼 이후 그는 중요한 순간마다 월리스 심프슨에게 새로운 주얼리를 선물했고, 이 연 속된 기록은 두 사람이 향한 결심의 궤적을 물질에 새겼다. 가장 이른 선물인 까르띠에의 ‘우리(WE)’ 브로치는 두 사람 의 이니셜을 결합해 결혼 직후 결의를 상징했고, 뒤이어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플라밍고 브로치, 브레이슬릿과 목걸이가 그들의 서사에 차곡차곡 더해졌다.
그리고 1948~1949년에 제작한 까르띠에 팬더 브로치는 이 이야기의 정점에 놓인 작품이다. 쟌느 투상이 이끌던 아틀리에 가 완성한 이 입체 팬더는 스타 사파이어 위에 유연하게 몸을 얹고 있으며, 심프슨 부인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브로치는 두 사람이 선택한 삶이 단순한 감정이 아 니라 시간 속에 정교하게 새겨진 결정임을 보여주는 표상이다.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의 레니에 3세가 선택한 까르띠에의 링.
사랑의 결정이 주얼리를 통해 형상화되는 장면은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었다. 1956년 모나코의 레니에 3세가 그레이스 켈리에게 10.47캐럿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 링을 건네며 약혼을 발표한 순간, 역시 같은 구조를 지닌다. 이 반지는 그녀가 할리 우드 배우에서 모나코 공비로 전환되는 상징적 경계에 놓여 있었고, 켈리는 영화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에서 이 반지를 착용해 현실의 약속이 스크린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장면을 만들었다. 한 시대의 로맨 스가 주얼리를 통해 문화적 아이콘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글: 강민정(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디지털공예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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