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로 역사와 유산을 조명하는 레 정뤼미뉘르
- veditor3
-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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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파리에서 시작해 런던과 시카고로 무대를 넓힌 레 정뤼미뉘르(Les Enluminures)는 오래된 책과 보석을 단순한 수집품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되살려왔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도 유럽의 긴 역사를 품은 작품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고, 그 중심에는 창립자 샌드라 힌드먼 박사가 있었다.

레 정뤼미뉘르가 필사본, 미니어처, 그리고 역사적 주얼리 수집에 나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중세 역사와 미술을 공부했고, 이후 캘리포니아 버클리, 코넬 대학교, 런던 바르부르크 연구소에서 중세 미술과 필사본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1973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존스홉킨스와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강의도 했고요. 제 인생에서 책은 늘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고 만지는 것은 자연스러웠고, 대학원 시절 훌륭한 멘토와의 만남으로 필사본의 세계가 제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필사본을 만든 이들과 읽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문자와 그림이 생생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을 깨달았죠. 지금도 필사본을 만지고 연구하는 것은 제 삶에서 뗄 수 없는 큰 기쁨입니다. 역사적 주얼리와의 만남은 조금 다르게 시작됐습니다. 어머니가 반지를 수집하셨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 빅토리아 시대 반지를 모으게 되었죠. 그러다 1990년대 초 파리의 한 동료가 중세 주얼리 컬렉션을 보여주었는데, 그 순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한 클라이언트에게 반지를 선물받고 완전히 매료되었죠. 그것이 제 주얼리 연구의 시작이었고, 2007년에는 <Toward an Art History of Medieval Rings(중세 반지 미술 사 연구)>를 출간했습니다. 지금까지 주얼리에 관한 저서만 열 권이 넘어요. 전체 사업 중 약 4분의 1이 역사적 주얼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필사본과 마찬가지로, 주얼리 또한 손끝에서 완성되는 친밀한 예술이며, 몸과 밀접하게 닿아 과거와 현재를 감각적으로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수태고지와 십자가형 장면이 새겨진 신앙 펜던트, 이탈리아, 1500년경.
역사적 주얼리는 주로 어떻게 발굴하고 인증하나요?
실제로 작품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작품이 우리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이 매우 작고 희귀해 많은 주얼리가 세월 속에 사라졌고, 경매에도 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수집가들이 우리 웹사이트, 출판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먼저 연락을 해옵니다. 모든 작품은 학문적 연구, 착용 흔적, 출토지 및 소유 이력 확인 등 2~3단계 인증 과정을 거칩니다. 그다음 수석 전문가가 세부 기록과 분석을 바탕으로 ‘진위 인증서’를 작성하고, 의문점이 있을 때는 금 함량이나 에나멜 조성 등 과학적 분석도 함께 진행합니다. 이 과정은 전문 연구소와 협력해 이루어집니다.
(왼) 천국의 여왕 성모마리아 펜던트, (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표현된 십자가 펜던트, 스페인, 1600~1650년.
앞으로 레 정뤼미뉘르가 계획하는 방향은 어떤가요?
최근 가장 큰 변화는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입니다. 아케이드 아래 정원을 향한 쇼윈도 한편에는 주요 소장품을 전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매년 4~6회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머지않아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2,500여 점의 주얼리 도안이 수록된 <종이에 그린 보석(Jewels on Paper)> 전시가 열립니다. 내년에는 벨기에 아티스트 피터 예네스와 협업한 전시도 준비 중입니다. 또 한국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프리즈 마스터스 서울에 꾸준히 참여했고, 인천 세계문자박물관에 우리 필사본이 소장돼 있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서구 유산의 가치를 깊이 이해한다는 점을 느끼며 한국 현대 미술가들과 협업 전시나 프라이빗 이벤트도 계획 중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곧 공개할 예정입니다.
에디터: 서재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