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타 김세경 셰프의 좋은 음식을 향한 고민
미국 찰리 파머의 이그제큐티브 셰프를 거쳐 현재 크루그 앰배서더, 대한항공 기내식 컨설턴트 등을 맡고 있는 김세경 셰프. 세스타와 다온반상에 이어 올겨울 레스토랑 세스톤 오픈을 앞두고 있다. 좋은 음식을 향한 그의 고민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왼) 이름처럼 바구니를 활용한 세스타의 인테리어. © Cesta (오) 계절마다 신선한 식재료를 담아내는 세스타의 디시. © Cesta
(왼) 이름처럼 바구니를 활용한 세스타의 인테리어. © Cesta
(오) 계절마다 신선한 식재료를 담아내는 세스타의 디시. © Cesta
언제부터 요리를 좋아하셨어요?
저는 여수에서 나고 자랐어요. 돌이켜보면, 저의 원초적 출발점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음식이에요. 식탁에 매끼 생선이나 해산물이 올라왔거든요. 여수는 식재료가 풍부한 도시잖아요. 선어 시장에 가면 서울에서는 보기 어려운 생선도 많았고요. 오랜 시간 미국 생활을 하고 돌아와 고향집에 갔는데, 그날 상에 올라온 해산물만 대략 열한 가지였어요. 제가 식재료를 고르는 기준이 높은 편인데, 어린 시절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제대하고 미국에 갔을 때죠. 그곳에서 CIA라는 요리학교를 알게 됐어요. 교육자 집안이라 처음에는 반대도 있었지만 2003년 CIA에 입학했고, 2005년 졸업 직후부터 요리가 제 인생의 업이 됐습니다.
이후 뉴욕과 런던, 캘리포니아 등에서 일하셨죠.
뉴욕 오레올과 런던 더 레드버리 등에서 경험을 쌓고, 이후 찰리 파머 그룹에서 일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캘리포니아 찰리 파머에서 이그제큐티브 셰프로서 레스토랑을 총괄했고요.
그 자리에 가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물론 순탄하지는 않았죠. 기존 셰프가 떠나고 제가 실질적으로 매장을 책임졌는데도 회사에서는 동양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했어요. 직무 대행을 맡은 넉 달 동안 찰리 파머가 매주 다른 후보자를 인터뷰했죠. 자존심 상해서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먼저 이 일을 맡고 싶다고 직접 말했어요. 몇 달 뒤 찰리에게 “지금부터 네가 그 일을 맡아”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해 레스토랑이 매거진 〈오렌지 코스트(Orange Coast)〉가 선정한 ‘올해의 레스토랑’으로 뽑히면서 결과로 답할 수 있었고요. 그 시간 동안 좋은 레스토랑이 무엇인지, 셰프가 음식 외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왼) 세스타의 프라이빗 룲. © Cesta (오) 세스타 프라이빗 룸과 연결된 테라스. © Cesta
(왼) 세스타의 프라이빗 룸. © Cesta
(오) 세스타 프라이빗 룸과 연결된 테라스. © Cesta
캘리포니아 스타일 퀴진을 선보이는 세스타와 한식 솥밥을 중심으로 한 다온반상은 성격이 달라요. 다온반상은 고향인 여수와도 연결되고요.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개성이 제각각이지만 ‘좋은 음식을 반드시 어렵게 먹을 필요는 없다’는 공통된 생각에서 출발해요. 파인다이닝에서 배운 기술과 좋은 식재료, 서비스는 유지하면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죠. 다온반상은 제 뿌리에 가까운 공간이에요. 어릴 때 집에서 먹던 따뜻한 한 끼를 현대적 환경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세스타는 제가 세계에서 경험하고 배운 요리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곳이고요. 세스타(cesta)는 ‘바구니’라는 뜻이에요. 아침에 장 본 바구니에 담긴 식재료를 꺼내 음식을 만들고, 파티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셰어할 수 있는 메뉴가 많은 것도 음식을 나누고 와인 한잔 곁들이면서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활기찬 바이브의 공간을 추구하기 때문이에요.
올해 말에는 퐁피두센터 한화에 새로운 레스토랑 세스톤 오픈을 앞두고 있죠.
세스타가 바구니라면 세스톤은 ‘큰 바구니’를 뜻해요. 공간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었어요. 올겨울 소프트 오프닝을 하고, 내년 봄에 공식 오픈할 예정입니다. 남유럽의 느낌을 담되, 세스타보다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거예요.
오너로서 여러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보면 셰프로서 역할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하루의 대부분을 요리하며 보냈지만, 지금은 의사 결정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후배들에게 항상 “나를 계속 푸시해라. 내 일을 하나씩 빼앗아가라”고 말해요. 그 친구들이 언젠가는 제 역할을 맡고, 그들이 또 후배들을 키워야 선순환이 이뤄지거든요. 오레올에서 일할 때 만난 단테 보쿠지 셰프가 떠올라요. 직원들을 항상 ‘가족’이라 부르고, 제가 지나치게 긴장하면 “킴, 스마일!”이라고 말하곤 했어요. 마음이 편안해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고, 좋은 음식도 좋은 팀에서 나오니까요. 지금 제가 소통이나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에는 그런 기억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오) 세스타 시그니처 빠에야. © Cesta (왼) 감태 파우더를 올린 단새우 타르타르 미니 샌드. © Cesta
(오) 세스타 시그너처 빠에야. © Cesta
(왼) 감태 파우더를 올린 단새우 타르타르 미니 샌드. © Cesta
많은 셰프 중 김세경 셰프만의 차별점은 뭘까요? 요리할 때 절대 타협하지 않는 기준도 궁금합니다.
저는 어느 한 가지 요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셰프라고 생각해요. 제 장점은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좋은 음식을 다른 포맷으로 번역하는 능력'에 있다고 봐요. 파인다이닝에서 쓰는 기술을 어떻게 캐주얼한 공간에서 보여줄까, 드라이에이징 같은 기술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편안하게 경험할 수 있을지 고민하죠.
요리를 대하는 제 기준은 하나예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없애지 않는 것. 많은 재료를 넣어 복잡하게 만드는 것만이 어려운 요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좋은 재료로 몇 가지 요소만 쓰면서도 맛있다는 느낌을 내는 게 훨씬 어렵죠. '비싼 재료가 좋은 요리다'라는 공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재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셰프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처음 아이디어에 집착하기보다 먹어보고, 수정하고, 필요 없는 걸 덜어내는 과정을 중요시합니다. 드라이에이징도 그랬어요. 처음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판매되고 있는 숙성고를 사용하면 될 줄 알았지만, 제가 원하는 풍미가 나오지 않더군요. 숙성고부터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온도와 습도, 풍량을 원하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숙성고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습니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한국의 해산물과 지역 식재료를 더 깊게 알아가고 싶어요. 제 출발점이 여수이기도 하고, 해외에서 오랜 시간 익힌 기술을 한국의 식재료와 연결하려면 아직 할 일이 많죠. 예전에는 처음 보는 식재료나 테크닉에 흥미를 느꼈지만, 지금은 익숙한 재료 하나로 어디까지 새로운 맛을 끌어낼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해요.
또 유니세프 갈라를 진행하면서 셰프라는 직업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요리를 매개로 자선 활동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음식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좋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셰프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에 다시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글: 드림즈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