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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에빗 셰프 조셉 리저우드와의 만남

  • veditor3
  • 5월 30일
  • 3분 분량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법을 두루 경험한 조셉 리저우드. 전통을 현대와 접목해 재해석하는 그의 요리는 늘 실험의 연속이다. 그렇게 식재료 연구에 몰두하던 그는 뜻밖의 나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조셉 리저우드 셰프
조셉 리저우드 셰프

서울에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에빗(EVETT)’을 운영하는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는 한국의 전통 식재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리하는 셰프다. 뉴욕, 런던, 캘리포니아, 도쿄 등에 서미식 문화를 체득한 그는 고향인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조셉 리저우드 셰프
조셉 리저우드 셰프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요리를 했어요.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활동적인 학생이었거든요.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 불현듯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에는 파인다이닝이 아닌 카페나 비스트로에서 일하다 점점 자신감을 얻으면서 이 길로 뛰어들었죠. 하지만 작은 섬인 태즈메이니아에는 파인다이닝이 많지 않아 런던에서 7년을 보냈어요.” 그 후 내로라하는 파인다이닝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았다. “어디서든 캐비아나 트러플 같은 고급 식재만 사용하잖아요. 그보다는 다른 곳에 없는 각 나라 고유의 식재료를 써보고 싶었어요.” 이 생각은 그를 새로운 시도로 이끌었다. “친구 네 명과 함께 뉴욕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어요. 우리가 직접 기획하고 한 달에 한 번 다른 나라에 일시적으로 레스토랑을 오픈 하는 프로젝트였죠. 다른 나라에서 직접 레스토랑을 열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간이 컸던 거죠. 일단 팝업 레스토랑에서는 무조건 그 나라 식재료만 써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어요. 그렇게 여러 나라를 돌다가 한국에 왔습니다.”


예술 작품처럼 정갈하고 완성도 높은 에빗의 메뉴.

한국 식재료를 처음 접한 그는 사찰 음식이나 김치 등 발효 방식에 강하게 끌렸다. “장이야말로 한국인의 심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기후변화나 효모의 종류에 따라 맛이 전혀 달라지니까요. 물론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지만, 한 가지 효모만 사용하거나 맛도 비슷비슷하죠. 그런데 한국의 장은 맛이 매년 달라서 복합적인 맛이 매력적이에요. 보통 신 맛을 낼 때는 레몬을 사용하지만, 여기서는 동치미처럼 다양한 재료로 신맛을 냅니다. 간을 맞출 때도 발효된 장이나 여러 재료를 쓸 수 있어요. 꼭 소금이 아니어도 새우젓으로 짠맛을 조절할 수 있요.” 이렇게 식재료와 요리법을 깊이 파고든 덕분인지 에빗은 2018년 말 오픈 8개월 만에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하고, 지난 2월에는 미쉐린 2스타를 달며 승승장구했다.


(왼) 조선 바나나로 불리는 으름 젤리와 명이 나물 장아찌, 오일을 얹은 메뉴, (오)아름다운 장미꽃을 형상화한 여름 메뉴.

이제 조셉 리저우드의 레스토랑은 한국을 처음 방문하거나 제대로 한국 음식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한식당보다 먼저 찾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빠르게 안정가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바로 식재료에 대한 진정성이다. 그는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식재료 산지를 찾아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사찰에서 장 담그는 법을 배우거나 어촌에서 해초를 연구하고 명인을 만나는 등 직접 현지 재료를 맛보고 자신만의 요리로 승화한다. “지난주에는 냉이를 수확하러 다녀왔어요. 팀 멤버들과 함께 농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죠. 물론 책이나 자료만 봐도 조리 과정을 알 수 있지만 저는 명인을 뵙고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더 좋 아요.” 식재료를 발견한 다음에는 부단한 실험 과정을 거친다. 물론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도 있다. “메뉴 하나를 개발하는 데 2~3주가 걸려요. 흔히 보기 힘든 야생 과일 ‘으름’으로 메뉴를 만들 때는 5 년이 걸렸죠. 지난해 가을에 드디어 메뉴로 완성했어요.”


조셉 리저우드 셰프의 노트.

요리는 맛뿐 아니라 비주얼도 중요한 요소다. 그런 요리를 구상하는 조셉의 노트는 레시피와 플레이팅 아이디어를 담은 그림으로 빼곡해 마치 예술가의 드로잉 북 같다. “직접 다 스케치해요. 냉이를 수확했을 때 얼음 속에서 같이 있는 모습이 인상에 남아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플레이팅이 정말 어렵거든요. 식재료가 어떤 맛을 내고 어떤 요리가 되는지 보여주고 싶어 신경을 많이 씁니다.” 코스 마지막에 손님들과 함께 진행하는 키친 투어에서도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한창 바쁠 때 자신의 전장이나 마찬가지인 주방을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요리를 직접 해보면 정말 다르잖아요. 손님들이 주방에 들 어와 숯불에 마시멜로를 굽고 플레이팅하면서 요리 과정과 콘셉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마지막에는 메뉴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5분 정도 대화를 나누죠. 손님들이 주방을 둘러보면서 좋아하는 모 습을 보면 뿌듯해요. 제 레스토랑을 찾아주신 분들에게 맛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드리고 싶어요.”


해바라기 개화 시기에 맞춰 제공한 해바라기 타르트.
해바라기 개화 시기에 맞춰 제공한 해바라기 타르트.

 “저는 재료 본연의 특성과 정체성을 고민해요. 맛을 내기 위해 이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혹은 본연의 맛을 어떻게 살릴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리가 오븐을 떠나 손님에게 도달할 때까지 그 맛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죠. 이젠 모르는 한국 재료가 거의 없지만, 다 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단정 짓는 순간 배움이 멈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여전히 새로운 재료를 깊이 경험하고, 또 배우고 싶어요”라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조셉 리저우드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글: 백아영

사진: 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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