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새 기준을 제시하는 메종조의 조우람 샤르퀴티에

  • 19시간 전
  • 3분 분량

현란한 요리보다 기본과 균형에 집중하는 인물. 메종조의 조우람 샤르퀴티에는 프랑스에서 익힌 정통 샤르퀴트리를 연구하며 매 순간 실험하고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요리는 한국 샤르퀴트리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린 톤으로 꾸민 메종조 청담점.
그린 톤으로 꾸민 메종조 청담점.

한국 샤르퀴트리(charcuterie)의 기준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조우람 샤르퀴티에의 메종조다. 메종조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가 공인 샤르퀴티에 자격증을 취득한 조우람 샤르퀴티에와 이은희 파티시에가 2018년 서초동에 문을 연 공간으로, 현재 서초점과 청담점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어 ‘고기(chair)’와 ‘가공된(cuit)’의 합성어인 샤르퀴트리는 고기를 염장해 말리고 숙성한 육가공품을 뜻한다.

조우람 샤르퀴티에.
조우람 샤르퀴티에.

그는 어릴 때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어떤 요리든 척척 만들어내는 소년이었다. 중학생 때는 제이미 올리버를 흉내 내며 친구들에게 요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요리 유학을 위해 고교 졸업 2주 만에 군대에 간 그는 제대 후 곧바로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샤르퀴트리를 접했다. “이탈리아에는 샤르퀴트리 전문점이 많아요. 처음 맛본 뒤 신세계를 경험했죠. 방과 후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매일 말린 소시지를 사 먹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힘든 데다 비쌌죠. 그때 이태원 ‘오 키친’에서 일하며 남은 돼지고기로 샤르퀴트리를 처음 만들었는데, 꽤 맛있었어요.”

(왼) 메종조 샤르퀴트리,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버터를 넣은 샌드위치,

(오) 메종조에서 직접 구운 빵에 잠봉과 치즈를 채운 잠봉 프로마주.

첫 시도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더 나은 샤르퀴트리를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미국 서적을 주로 봤는데, 미국식은 조금 달거든요. 제가 이탈리아에서 맛본 소시지와 너무 달라 이은희 파티시에와 함께 일본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쓰나미가 터졌고, 두 사람은 프랑스로 목적지를 바꿨다. “보르도 주말 시장에서 맛있는 샤르퀴트리를 접하고 그길로 눌러앉았죠.” 조 샤르퀴티에는 샤르퀴트리 전문점 루이 오스피탈(Louis Ospital)에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스타주(Stage)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스타주는 유명 제과점이나 식당에서 배우면서 실무를 쌓는 과정이다. 그런데 운 좋게도 바로 일할 수 있었다. 프랑스어도 잘 못하는 그를 받아준 이유는 강한 의욕을 담은 기나긴 메시지가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조우람 샤르퀴티에가 올겨울 파티 메뉴로 추천한 파테 엉 크후트. 
조우람 샤르퀴티에가 올겨울 파티 메뉴로 추천한 파테 엉 크후트. 

그렇게 프랑스령 바스크 지방 아스파렌(Hasparren)의 시골 마을에서 그의 여정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다음 행선지이자 파리의 유명 샤르퀴트리 전문점 메종 베로(Maison Verot)로 향했다. 이때도 이력서 없이 무작정 찾아가 사장에게 일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여기서도 바로 일을 권유하더라고요.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 다시 파리로 갔고, 누구보다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열심히 일했어요.” 그렇게 현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돌아와 메종조를 열었다. “샤르퀴트리 외에는 잘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처음에는 하루 매출 5만 원일 때도 있었지만, 샤르퀴트리는 저장성이 좋아 버틸 수 있었죠.” 발효 과정에서도 도전은 계속됐다. “발효 음식은 주로 시고 짜면서 자극적인 맛이 나는데, 샤르퀴트리는 달라요. 너무 짜면 발효가 잘 안되고, 고기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발효 향이 중요하죠. 나라마다 고유한 균이 있어 한국에서 만들면 된장 향이 나기도 해요. 처음에는 유럽에서 가져온 균을 분무기에 담아 발효 공간 전체에 뿌렸는데도 공기가 들어오더라고요. 지금은 외부 공기를 완전히 차단해 균을 관리합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실험은 지루함을 모르는 그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샤르퀴트리를 매일 만들어도 흥미를 잃지 않았고, 덕분에 한국에서 정통 샤르퀴트리를 구현하는 과정에서도 지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는 클래식한 맛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질리지 않는 맛과 밸런스를 추구했어요. 그런 기준은 유지하되 이제는 한국 재료를 사용하거나 일본식 터치를 더해보고 있어요. 우엉, 쪽파, 두부, 콩, 막걸리 발효도 연구 중입니다. 메종 베로에서 일할 때 닭갈비 양념과 고구마를 넣은 테린을 만들었는데 두 달 동안 베스트셀러였거든요.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그걸 그대로 재현해도 느낌이 달라요. 비건 메뉴도 시도한 적 있지만, 오히려 화학 제품이 더 들어가서 안 좋더라고요.”

아늑한 분위기의 메종조 매장.
아늑한 분위기의 메종조 매장.

처음에는 도전 의식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신뢰가 두터운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뷰 중 요리를 설명하면서도 “지금 바로 만들어서 보여드릴까요?”라고 말하던 그에게서 요리를 향한 열정과 즐거움을 나누려는 마음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런 친근한 모습 뒤에는 한국 샤르퀴트리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분명한 사실이 존재한다. “한국에 프랑스에서 일하다 와서 샤르퀴트리를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어요. 그렇다고 최초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많은 셰프가 각자 스타일대로 열심히 하는데, 최초라는 말은 의미 없죠. 다른 나라 셰프들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아요. 제 일본인 친구 아버지는 84세에도 여전히 파티시에로 일하세요. 저도 그렇게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2026년에는 네이버 스토어를 열어 더 많은 분이 샤르퀴트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조우람 샤르퀴티에의 메종조는 한국 샤르퀴트리의 흐름을 직접 만들어왔다. “제가 좋아서 만든 것을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라는 태도로 일하는 그 덕분에 많은 이들이 샤르퀴트리 고유의 맛을 즐기게 됐을 터. 앞으로도 그는 클래식함을 지키면서 새로운 시도를 덧입혀 한국 샤르퀴트리의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다.


글: 백아영



DREAMS MAGAZINE

㈜미디어퍼페추얼 | 드림즈 코리아

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 17길 48 501호

Tel : 02-6956-1551 | E-mail dreamsmag@naver.com

사업자등록번호 : 841-81-01340 | 출판사 신고 2019-000176호

개인정보책임관리 이은경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