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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민 셰프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알렌

  • 2025년 8월 27일
  • 3분 분량

뉴욕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 수셰프로 일하던 서현민 셰프는 자신의 요리를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한국행을 택했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알렌(Allen)’을 운영하며 프렌치 테크닉에 한식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레스토랑 알렌의 주방을 총괄하는 서현민 셰프.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레스토랑 알렌의 주방을 총괄하는 서현민 셰프.

명문 요리 학교 출신일 것 같지만, 서현민 셰프 의 시작은 전혀 달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호텔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떠난 그는 UNLV 재학 중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식당에서 잡일을 했다. “그때는 라면조차 제대로 끓일 줄 몰랐어요.” 처음부터 요리를 꿈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을 누군가 좋아해 주는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요리에 처음 눈을 떴어요. 제 손으로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는 경험이 신선하게 다가왔죠.”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알렌의 플레이팅.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알렌의 플레이팅.

자연스럽게 요리의 길로 들어선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거쳤다. 이후 세계 최고 식당이 밀집한 뉴욕으로 향해 2013년부터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에서 수셰프로 일했다. 뉴욕에서 6년을 보내며 ‘이제 내 요리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커질 무렵 한국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왔다. 그렇게 서울로 돌아와 오픈한 레스토랑이 바로 ‘임프레션’이다. 임프레션은 오픈 1년 만에 미쉐린 2스타를 획득하며 빠르게 이름을 알렸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2021년 겨울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알렌’을 오픈하며 새롭게 도약한다.

 

알렌의 키워드는 ‘한국 제철 재료로 구현한 프렌치 파인 다이닝’이다. 계절마다 식재료의 향미를 극대화한 메뉴를 구성하고 코스 시작 전 손님에게 제철 재료를 직접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신뢰를 높인다. 메뉴 뒷면에는 각 재료의 산지 지도를 표기한다. 오픈 초기 그는 전국을 돌며 로컬 농산물 시장, 전통주 양조장, 캐비아 농장 등을 찾아다녔다. 생산자와 아티장을 만나며 자신만의 재료 데이터베이스와 유통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 노력은 셰프로서 필수라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에게도 수준 높은 미식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한식 셰프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요리하면 결국 한국 재료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레스토랑 알렌의 시그너처라는 평을 얻은 숙성 오리를 사용한 디시.
레스토랑 알렌의 시그너처라는 평을 얻은 숙성 오리를 사용한 디시.

도쿄에서 경험한 ‘프렌치 재퍼니즈’ 장르도 큰 자극이 됐다. 서울에서도 그런 세련된 미식 문화를 구현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는 재료 본연의 맛을 드러내는 방식에 중점을 두었다. 구성이 단순해 보여도 입안에서 느끼는 맛의 순서와 텍스처, 밸런스를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알렌은 서현민 셰프가 “개인 갤러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할 만큼 그의 취향과 철학을 그대로 녹여낸 공간이다. 식기 세팅, 인테리어와 작품 선정, 플라워 스타일링에도 세심하게 공들였다. 그 결과 오픈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22년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고, 2024년에는 2스타로 승급했다.


그동안 방송계를 중심으로 많은 스타 셰프가 탄생했지만, 한국 파인 다이닝 역사의 실제 흐름을 만들어온 인물로 서현민 셰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업계에서 영향력과 탄탄한 실력으로 존재감을 증명해왔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그냥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요리책만 봐도 대단한 셰프가 많잖아요. 저보다 잘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인지 자신의 레시피가 공개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물론 그에게도 방송 출연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요리하는 길을 택했다. “방송에서 요리를 알리고 업을 위해 애써주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뒤에서 조용히 요리만 하는 사람이에요. 각자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학꽁치, 북방조개, 불똥꼴뚜기에 제철 나물의 싱그러움을 더하고 제주 천혜향의 산뜻한 향으로 마무리해 입안 가득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디시.
학꽁치, 북방조개, 불똥꼴뚜기에 제철 나물의 싱그러움을 더하고 제주 천혜향의 산뜻한 향으로 마무리해 입안 가득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디시.

 그는 쉬는 날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는다. 주로 자신의 바운더리 밖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레스토랑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 그의 공간에는 고흐, 피카소, 들라크루아, 앤디 워홀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작품 엽서가 빼곡히 붙어 있다. 하지만 그는 이 그림들을 남다른 방식으로 감상한다. “작가들이 대상을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를 봐요. 상징과 요소가 작품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는 거죠. 요리를 구상할 때도 그런 시선이 도움이 되거든요. 이 재료를 왜, 그리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게 되니까요.”


요리할 때는 창작자로서 자세를 장착하는 반면, 레스토랑을 경영할 때는 사업자 마인드를 놓치지 않는다. “저는 순수예술가는 아니에요. 상업예술가죠.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사후에 인정받는 예술가보다는 피카소나 워홀처럼 살아 있을 때 인정받고 싶습니다.” 호텔 경영을 전공한 이력은 지금도 오퍼레이션과 시스템 설계에 유용하게 작용한다.

 레스토랑 알렌 서현민 셰프

커널, 유채, 허브 뵈르블랑을 사용한 다진 생선 요리.
커널, 유채, 허브 뵈르블랑을 사용한 다진 생선 요리.

미국에서 동양인으로 살면서 하루 16시간씩 쉬지 않고 일해온 나날. 가족의 반대,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도 있었지만 그는 그 과정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힘들지 않았던 순간을 말하는 게 더 쉬워요.” 목표는 늘 명확하다. 무슨 일을 하든 최고가 되고 싶다면 힘들어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삶 전반을 관통하는 태도다. “직원들한테도 그렇게 말해요. 일은 하기 싫은데 인정은 받고 싶다면 그건 욕심이라고요.” 힘든 일에도, 타인의 시선에도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태도는 지금의 그를 만든 가장 중요한 힘이다. “누구든 나를 진심으로 욕하지도, 진심으로 걱정하지도 않아요. 누군가 내 얘기를 해도 다 흘러가는 수많은 대화 중 하나일 뿐이니 신경 쓸 필요 없죠.” 취향을 담은 공간 알렌에서 자신이 느끼는 계절을 요리에 담아내는 셰프 서현민. 말보다 태도로, 설명 보다 결과로 증명하는 그는 오늘도 흔들림 없이 ‘코리안 프렌치’라는 미식 장르를 완성하고 있다.



글: 백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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