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으로 말하는 주얼리 컬렉터
- veditor3
- 1월 15일
- 2분 분량
한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하고 선별해온 컬렉션은 그의 취향과 미감을 축적한 하나의 기록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주얼리 컬렉터와 그들의 컬렉션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언어로서 주얼리를 조명한다.
존 피어폰트 모건
John Pierpont Morgan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금융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그는 흥미롭게도 세계 최고의 보석 수집가 중 하나였다. 국제 은행가로 활동하며 현대 미국 발전에 이바지한 그는 미술품, 서적과 함께 보석을 수집해왔다. 그런 그가 보석 컬렉터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티파니의 보석 감정사 조지 F. 쿤츠가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선보인 컬렉션을 구매하면서부터다. 북미에서 생산된 보석과 주얼리 382점으로 이루어진 이 컬렉션은 당시 금상을 수상했는데, 장장 5개월간의 협상을 끝으로 만 오천 달러에 구매하며 그의 탁월한 안목과 재력을 알렸다.

해당 컬렉션은 이후 티파니-모건 컬렉션으로 불리며 두 사람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1900년에는 2,176점의 표본과 2,442개의 진주로 구성된 두 번째 티파니-모건 컬렉션을 완성했으며, 이듬해에는 필라델피아의 사업가 클라렌드 S. 베멘트의 광물 표본 컬렉션을 구매하는 등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그의 공헌을 높이 평가한 조지 쿤츠는 1910년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한 로즈 베릴에 JP모건의 이름을 딴 모거나이트(Morganite) 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그의 재정적 지원과 뉴욕의 미국 자연사 박물관과 파리의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한 귀중한 보석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1913년 사망 당시 소장품의 대부분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미국 자연사 박물관,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의 워즈워스 아테니엄 미술관에 기증했다. 그는 금융으로 미국의 근대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모거나이트라는 이름과 박물관에 남겨진 보석들을 통해 보석사의 시간 속에도 자신의 흔적을 새겼다.
레이첼 램버트 멜론
Rachel Lambert Mellon

지난 해 개최된 전세계 주얼리 옥션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것은 크리스티 제네바 경매에 오른 ‘멜론 블루 다이아몬드 링’이었다. 9.51캐럿의 큰 크기를 자랑하는 팬시 비비드 블루 페어 변형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 링은 2천5십2만5천 스위스 프랑에 낙찰되었다. IF 등급의 높은 순도와 강렬한 색상으로 수십 년 동안 시장에 나온 최고의 유색 다이아몬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예견된 결과였다. 그렇다면 이 보석의 전 주인은 누구일까. 바로 미국의 원예가, 자선가이자 컬렉터였던 레이첼 램버트 멜론이다.
(왼) 버니 멜론이 디자인한 정원 오크 스프링 © Getty Images Korea, (오) 멜론 블루 다이아몬드 링.
일명 ‘버니 멜론’으로 불렸던 그녀는 당시 우아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미국의 ‘정원의 여왕’으로 불렸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부터 베르사유 궁전까지,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조경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의 의뢰를 받아 백악관의 장미 정원을 재설계했고, 프랑스에서는 절친한 친구였던 위베르 드 지방시의 저택 조경을 담당했다. 또 베르사유 궁전의 ‘왕의 텃밭(Potager du Roi)’ 복원 작업에 힘쓸 만큼 원예·조경 분야에 독보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왼) 쟌 슐럼버제가 버니 멜론을 위해 디자인한 버드 온 어 락 브로치,
(오) 2014년 열린소더비의 ‘멜론 주얼리’ 경매 LOT 128.
이러한 그녀의 고상한 취향은 보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시 티파니의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쟌 슐럼버제의 절친한 친구이자 후원자로 오랜 기간 교류했던 그녀는 주얼리에도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반영했다. 티파니앤코의 역사학자이자 뉴욕에 있는 슐럼버거 살롱의 전 디렉터였던 피어스 맥과이어는 뉴욕 티파니가 거의 항상 멜론을 위해 무언가를 제작하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
둘의 우정 덕분에 탄생한 주얼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디자인으로 ‘버드 온 어 락’ 컬렉션이 있다. 자연과 예술에 깊이 매료돼 있던 그녀를 위해 제작한 카보숑 컷 라피스라줄리 위에 내려앉은 코카투를 생동감있게 표한 브로치였다. 티파니의 대표 컬렉션 중 하나로 자리잡은 버드 온 어 락은 다양한 스톤과 형태로 재해석되었다. 2025년에는 새롭게 새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날개와 깃털이라는 새 본연의 특성에 집중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버니 멜론은 2014년 사망 당시 142점의 쟌 슐럼버제 주얼리 컬렉션을 버지니아 미술관에 기증했다. 버니 멜론에 따르면, 좋은 취향이란 꼼꼼하고 미묘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좋은 취향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아리카와 가즈미
Kazumi Arikawa

2025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주얼리 전시가 있었다. 바로 롯데뮤지엄이 개최한 <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매혹의 시간>이었다. 기원전부터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주얼리 200여점을 9개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한 이 전시는 무엇보다 세계적인 주얼리 컬렉터 아리카와 가즈미의 컬렉션을 공개하는 첫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었다.

주얼리 컬렉터이자 알비온 아트 회장인 아리카와 가즈미는 가장 눈부신 보석을 찾아 일평생 전 세계를 여행했다. 유럽 왕실의 역사적 보석부터 고대 카메오 와 인탈리오, 19세기 자연주의 주얼리에 이르기까지 그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희귀 작품을 수집하며 주얼리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탐구해왔다. 그가 지난 40여년 동안 수집한 6600억원 상당의 동·서양 주얼리는 단순히 아름다운 점을 벗어나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다.
(왼) 레이디 마거릿 앤 드 버그의 카슈미르 사파이어 목걸이, (오) 골콘다 다이아몬드 반지.
아리카와 가즈미는 주얼리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미적 가치를 탐구하고 이를 널리 전파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 이러한 사유의 바탕에는 오랜 시간 승려 생활을 한 그의 삶이 깊이 스며들어있다. 일본 문화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숭배가 영혼의 순수함과 연결되듯, 아리카와 가즈미의 컬렉션은 단순한 소장 개념을 넘어 주얼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에디터: 목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