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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거나 화려하거나, 진주의 새로운 시대

  • veditor3
  • 1월 13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14일

 “오늘날 천연 진주는 전 세계 진주 시장의 약 1%를 차지하며, 대부분은 오래된 빈티지 진주가 경매시장을 통해 새롭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보석감정사이자 조형예술 보석학교 교수인 프랑수아즈 타르디-카리에르의 설명처럼, 최근 빈티지 주얼리의 인기에 힘입어 약 1만 개의 조개 중 단 한 개에서만 얻을 만큼 귀한 가치를 지닌 천연 진주가 인기를 얻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특히 바레인을 중심으로 한 페르시아만은 천연 진주 무역의 중심지였다. 핀크타다 라디에이타 진주조개에서 채취한 이 진주들은 레오나르 로장탈이나 까르띠에 가문 등 주요 주얼러들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됐다. 두 차례 세계대전 사이 파리에는 300명에 달하는 진주 상인이 활동하며 진주 산업은 활황을 누렸다. 그러나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과 함께 일본에서 미키모토가 진주 양식을 대중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1950년대에는 석유 산업이 본격화되며, 페르시아만의 천연 진주 채취 산업이 급속히 쇠퇴한다. 그럼에도 최근 10여 년 사이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섬나라 바레인의 유력 가문들이 이 자연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다시금 발 벗고 나섰다.


뉴욕 5번가와 52번가가 만나는 모퉁이에 위치한 까르띠에 부티크, 1920년.
뉴욕 5번가와 52번가가 만나는 모퉁이에 위치한 까르띠에 부티크, 1920년.

현재 매우 엄격하게 진주 채취를 규제하고 있으며, 진주조개 서식지를 면밀히 조사한 후 수작업으로만 수확한다. 이곳에서는 양식 진주 반입이 아예 금지되어 해당 진주가 세팅된 주얼리는 국경에서 압수당할 수 있다. 이처럼 극도의 희소성을 지닌 진주는 역사적 일화로도 유명하다. 1917년, 까르띠에 창립자의 손자 피에르 까르띠에가 미국 사업가 모턴 플랜트와 128개의 천연 진주로 이뤄진 세 줄 목걸이를 뉴욕 5번가의 고급 타운하우스와 교환한다. 이 상징적 거래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말로 이어졌다. 플랜트는 아내에게 감동을 안겼고, 이 건물은 현재 까르띠에의 미국 플래그십 스토어가 됐다. 러시아 하이 주얼러 파베르제도 천연 진주의 역사에 주목했다. 그는 걸프 지역의 전통적 진주 상인 가문 출신 후세인 알파르단을 위해 펄 에그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약 140개의 천연 진주와 장인이 정교하게 조각한 자개 장식으로 꾸며 보기 드문 예술적 가치와 장인의 혼을 담은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왼) 요코 런던의 옴브레 네크리스, (오) 티파니의 하드웨어 링.

은빛에 가까운 순백의 광택으로 알려진 남양진주는 최대 30cm까지 자라는 거대한 조개 핀크타다 막시마에서 채취한다. 이 진주는 주로 호주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해역에서 양식하는데 모패가 큰 만큼 생성되는 진주 역시 평균 지름이 13mm, 큰 것은 20mm에 육박하기도 한다. 골드 진주는 남양진주와 같은 계열로 1954년 미얀마에서 처음 양식됐다. 멘틀의 가장자리가 황금빛을 띠는 핀크타다 막시마에서 생성되는데 현재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등지에서도 널리 양식된다. 티파니는 뉴욕의 창의적 에너지에서 영감받아 제작한 하드웨어 컬렉션에 위엄 있는 남양진주를 세팅한 반지를 선보였다.

 

애덤 닐리의 노틸러스 이어링.
애덤 닐리의 노틸러스 이어링.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애덤 닐리는 바다 생물 노틸러스의 유려한 곡선에서 영감받아 남양진주와 아코야진주를 세팅한 이어링을 제작했다. 그의 시그너처 기술인 스펙트라골드의 그러데이션 효과가 돋보인다. 주얼러 엘렌 쿠르트엔 델라랜드는 튀퐁 링에서 호주의 순백 진주와 골드 남양진주의 황금빛을 조화롭게 결합해 눈길을 끈다. 진주 전문 브랜드 요코 런던은 이탈리아 비첸차오로 박람회에 옴브레 네크리스를 출품하며 장인정신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 작품은 화이트·골드 남양진주와 타히티 진주를 한데 엮은 디자인으로, 서로 다른 진주의 광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감각적 리듬을 이룬다.

 

(왼) 데이비드 모리스의 호라이즌 이어링, (오) 쇼메의 트롱프뢰유 네크리스.

주얼리업계에서 인기 있는 또 다른 천연 진주는 콘크진주로 카리브해, 멕시코만, 버뮤다 해역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콘크(소라고둥)에서 발견된다. 과거 온두라스와 플로리다에서 양식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대규모 상업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하이 주얼리 프레젠테이션에서 데이비드 모리스는 콘크진주로 수놓은 커프 브레이슬릿과 드롭 이어링을 선보이며 이 희귀한 진주만의 다채로운 색조를 극대화했다. 한편, 코르테스진주는 16세기부터 멕시코와 바하칼리포르니아 해역에서 채취되어 왔다. 은은한 광택과 무지갯빛 색조를 지닌 이 회색 진주는 스터나 진주조개에서 채취하는데, 현재 멕시코의 한 양식장에서 양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생하는 개체도 존재한다. 쇼메는 앙 센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250알의 천연 코르테스진주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롱프뢰유 진주 목걸이를 공개했다. 그러데이션으로 배열된 진주 하나하나에 자연스러운 색의 깊이와 빛이 담겨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양식 타히티진주의 매혹적인 컬러 스펙트럼.
양식 타히티진주의 매혹적인 컬러 스펙트럼.

흔히 검은 진주로 알려진 타히티진주는 푸른빛부터 녹색, 가지색 등 놀라운 컬러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양식 타히티진주의 역사는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타히티의 수산 및 양식 담당 책임자였던 장 마리 도마르가 히쿠에루 환초에서 검은 멘틀을 지닌 핀크타다 마르가리티페라 조개에 이식 실험을 하며 시작됐죠.” 타히티진주 홍보대사 잔 르쿠르는 말한다.

 

(왼) 루이 비통의 화려한 숄더 네크리스를 착용한 케이트 블란쳇 (오) 포멜라토의 플라네타리오 네크리스.

최근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루이 비통의 화려한 숄더 네크리스를 착용해 시선을 끌었다. 하이 주얼리 드레이프 스타일 목걸이로, 33개의 그레이 타히티진주, 49개의 화이트 아코야진주, 633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작품이다. 레드 카펫 위에서는 엘사 진의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 이자벨리 폰타나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예의 먹을 모티프로 한 모지 브로치는 타히티진주로 장식하고, 라 벨 헤드피스는 중국산 희귀 진주인 멜로진주를 세팅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포멜라토 역시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플라네타리오 네크리스를 선보였다. 23개의 양식 타히티진주를 별자리처럼 배열해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프랑스 니스에서는 올리비아 세이츠와 크리스틴 포르셰가 론칭한 브랜드 D1928이 타히티진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 대표작 중 하나인 옴므 링은 타히티진주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전통과 실험의 조화를 보여준다.

 

(왼) 미키모토의 더 보우즈 하이 주얼리 컬렉션 네크리스 (오) 가브리엘 샤넬.

은은한 순백을 자랑하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아코야진주는 최초로 양식에 성공한 진주다. 1893년 일본의 미키모토 고키치가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성공했고, 이 진주를 1916년에 상업화했다. 지름 6~9.5mm의 작은 크기, 그리고 화이트에서 은은한 로제 톤으로 이어지는 컬러 덕분에 오랫동안 클래식한 진주 목걸이의 대명사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미키모토 하이 주얼리 컬렉션 더 보우즈가 보여주듯, 이는 오늘날 남성도 즐겨 착용하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일본의 대표 브랜드 타사키는 1954년부터 고베산 아코야진주를 선보이며 진주 디자인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유니슨 네크리스는 전통적 진주 목걸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이목을 모은다. 빛나는 아코야진주와 다이아몬드를 레이스처럼 섬세하게 엮었으며, 곳곳에 탄자나이트를 포인트로 세팅해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프랑스에서도 아코야진주는 스타일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1920년대 가브리엘 샤넬이 그녀의 시그너처인 검은 드레스에 아코야진주 목걸이를 레이어드하며 독보적 스타일을 완성한 것. 하얗게 빛나는 롱 네크리스는 여성의 실루엣을 좀 더 길어 보이게 하고, 유연한 움직임을 더한다. 아카데미시앙 폴 모랑은 저서 <샤넬의 품격(L’Allure de Chanel)>에서 다음과 같이 그녀의 말을 인용했다. “햇볕에 그을린 귓불에 아주 흰 진주 귀고리 하나… 난 그게 정말 좋아요.”

 

(왼) 프레드의 크리에이티브 인스팅스 초커, (오) 타사키의 유니슨 네크리스.

한편, 프레드 창립자 사무엘 프레드는 1925년 파리의 보석상 웜스 형제와 일하던 시절 진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이후 진주 전문가가 되었다. 그래서 프레드 하우스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는 그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진주 컬렉션이 자주 등장한다. 크리에이티브 인스팅트 초커는 바다 거품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으로, 아코야진주의 로제빛과 남양진주의 순백색이 어우러져 은은한 반짝임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완벽한 구형에 작은 크기를 지닌 아코야진주는 예술적 디자인을 가능케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벰페의 스포트라이트 이어링, 일로나 오렐의 더 버스 오브 비너스 링, 앨리스 푸르니에의 발라레소 링, 그리고 푸아레의 마 프리미에르 워치에 이르기까지, 아코야진주는 디자이너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고 있다.

 

글: 키라 브렌쟁제르 (Kyra Brenz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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