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주얼리는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경이로운 세계다. 수 세기 동안 이어온 전통과 장인 정신의 결실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서 깊은 주얼리 브랜드가 선보이는 올해의 컬렉션을 통해 보석이 지닌 변치 않는 가치의 의미를 돌아본다.
1 세르펜티 에테르나 네크리스.
2 세르펜티 사파이어 에코 네크리스. 원래 네크리스의 뱀 머리 아래로 연결된 2개의 사파이어를 이어링으로 분리해 착용했다.
3 사파이어 브로케이드 네크리스.
4 아우레아 찬드라 네크리스와 세르펜티 투보가스 하이 주얼리 브레이슬릿.
A SERENADE TO ROME
Bvlgari
로마에 전하는 세레나데, 불가리 올해 창립 140주년을 맞은 불가리는 ‘영원’을 상징하는 ‘에테르나’ 컬렉션을 통해 오랜 시간 메종의 영감이 되어온 로마에 경의를 표했다. 불가리만의 대담하고 독창적인 창의성과 장인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컬렉션의 하이라이트 ‘세르펜티 에테르나’는 200캐럿 러프 다이아몬드를 브랜드의 역사를 상징하는 총 140캐럿의 다이아몬드 7개로 커팅해 세팅했다. 보다 입체적인 물결 디자인과 완벽한 레이아웃을 위해 무려 2,400시간 이상 소 요된 마스터피스로, 한계에 도전하는 브랜드의 신념을 담았다. 이외 에도 1980년대 아이코닉한 불가리 찬드라 라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우레아 찬드라’,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그리고 에메랄드를 세팅해 브랜드의 시그너처 컬러 조합을 보여준 ‘사파이어 브로케이드’ 네크리스도 신선했다. 또 ‘세르펜티 사파이어 에코’ 네크리스는 1930년대 이탈리아 귀족 여성이 수십 년간 착용한 후 불가리에 되판 이어링에서 가져온, 각각 37.34캐럿이 넘는 스리랑카산 페어 컷 사파이어를 활용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1 헤어 주얼리 겸 브로치, 바그
2 카스카드 네크리스.
3 락 크리스탈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아이스버그 네크리스.
4 사블 누아 네크리스.
HOMAGE TO WATER
Boucheron
물에 표하는 경의,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물’을 주제로 한 독창적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완성했다. ‘오어 블루’라는 제목의 컬렉션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여전히 원초적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한 아이슬란드의 물에 대한 추억을 기념한다. 물의 색감, 텍스처, 흐름, 반사, 투명함을 자연주의적 방식으로 구현한 주얼리에서는 메종 특유의 독창성이 엿보인다. 바다 위로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물 에너지에 경의를 표하는 헤어 주얼리 ‘바그’, 끊임없이 낙하하는 폭포에서 영감받아 길이가 148cm에 달하는 ‘카스카드’ 네크리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빙산의 찰나를 락 크리스탈과 파베 다이아몬드로 구현한 ‘아이스버그’ 네크리스가 대표적이다. 또 검은 모래 해변 위로 부서지는 포말을 표현한 ‘사블 누아’ 네크리스는 극명한 컬러 대비와 소재의 질감을 더욱 사실적으로 구현하고자 압축한 검은 모래를 3D 프린팅 기법으로 정밀하게 반복 분사해 완성한 점이 신선하다.
1 샤넬 프린트 리옹 브로치.
2 퀼티드 스타 링.
3그래픽 라인 이어링.
4 퀼티드 스타 네크리스.
5 그래픽 라인 네크리스.
6 골드 슬라이더 이어링.
SPORTS SPIRIT
Chanel High Jewelry
스포츠 스피릿, 샤넬 하이 주얼리 가브리엘 샤넬은 체형을 고려한, 활동이 자유로운 룩을 선호했다. 따라서 샤넬의 룩은 스포티한 매력을 드러냈고, 1921년부터 오트 쿠튀르 하우스에는 ‘스포츠’ 아틀리에가 있었다.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파트리스 르게로는 샤넬의 스포티브한 스타일, 즉 하우스에서 중시하는 라인의 우아함과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영감받아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를 완성했다. 스포츠웨어를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게 실제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움직이는 주얼리를 구현하기 위해 정제된 유선형 라인의 변형 가능한 모듈을 적용해 착용감이 가볍고 움직임도 자유롭다. 귀금속과 하이테크 소재의 결합도 주목할 부분이다. 견고한 알루미늄에 새로운 컬러를 입히고, 가볍지만 튼튼한 탄소섬유를 차용했으며, 원석에 완벽하게 매치되는 컬러 톤을 위해 래커칠을 적용했다. 또 사넬 시그너처 프린트 ‘CHANEL’을 오픈워크 각인 형태로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최초로 도입하며 브랜드의 역사까지 챙겼다.
1 탱고를 주제로 한 탱고 네크리스와 화이트 골드 링.
2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하모니 화이트 골드 이어링.
3 곡예사의 공중 공연이 떠오르는 하이 볼티지 화이트 골드 티아라와 링.
4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스코어 네크리스.
BEAUTIFUL TRIO OF LIGHT
Chaumet
아름다운 빛의 삼총사, 쇼메 쇼메는 ‘쇼메 앙 센’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통해 예술적 가치와 철학을 한 편의 위대한 공연처럼 풀어냈다. 총 39피스로 구성한 컬렉션은 음악, 무용, 마술이라는 세분화된 세 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먼저 ‘음악’은 ‘젬스톤과 교향악단’을 키워드로 한다.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등 보석을 서로 얽히고 교차하는 형태로 장식해 청각적으로 느끼는 리듬과 멜로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을 따라 이어지는 ‘무용’은 무대 위에 선 무용수의 역동적 움직임에 집중했다. 포스트모던 발레, 탱고, 스윙 등 다양한 춤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투르말린과 레드 루벨라이트처럼 색이 대비되는 보석을 나선형 실루엣에 교차로 세팅하거나 보석 세팅 시 스톤의 컬러에 미묘한 톤 변화를 주는 데그라데 파베 세팅법 등을 적용했다. 마지막으로 ‘마술’은 곡마단의 곡예를 보여준다. 다이아몬드·화이트 골드를 이용해 줄타기 곡예사가 걷는 팽팽한 직선의 줄과 휘어져 꼬인 줄 등의 모습을 재현했는데, 메종의 세심하고 창의적인 노하우가 놀라울 뿐이다.
1 이슬 같은 다이아몬드를 들고 있는 페어리 이어링.
2 릴리 오브 더 밸리 브로치.
3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페어리 티아라.
4 윤리적으로 채굴한 로즈 골드 소재 머시룸 링.
5 꽃 디테일의 티타늄 플라워 소투와르 네크리스.
6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페어리 브로치.
7 루벨라이트와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프로그 링.
ONCE UPON A TIME
Chopard
옛날 옛적에, 쇼파드 1998년부터 칸 국제영화제 공식 파트너로 활약하며, 매년 레드 카펫에 설 여배우를 위한 ‘레드 카펫’ 컬렉션을 선보여온 쇼파드가 올해는 동화에 매료됐다. 머나먼 왕국, 말하는 동물, 마법의 힘을 지닌 기이한 존재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을 다이아몬드, 차보라이트, 루벨라이트, 쿼츠, 에메랄드 등 다양한 유색 보석과 함께 재해석했다. 화이트·오렌지 브라운·코냑 컬러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버섯 링, 17.7캐럿 브릴리언트 컷 루벨라이트를 받치고 있는 개구리 링, 그리고 의인화된 요정의 모습이 앙증맞다. 한편, 이번 컬렉션에는 윤리적으로 채굴한 골드와 티타늄을 적극 활용한 점이 이색적이다. 특히 티타늄은 전통적으로 주얼리에 잘 쓰지 않는 소재지만, 무게가 가벼운 데다 양극산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티스틱 디렉터 캐롤 라인 슈펠레는 더욱 풍부한 동화 이미지를 발현하고자 ‘릴리 오브 더 밸리’ 브로치 잎사귀, ‘플라워 소투와르’ 네크리스 중앙 펜던트 주변의 다채로운 컬러 꽃 등 컬렉션 곳곳에 이를 적용했다.
Editor : JAY SEO, JEESU PARK, JEONGMIN M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