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의 탄생석은 푸른 하늘을 닮은 사파이어다.

478캐럿 스리랑카산 사파이어
사파이어는 커런덤 광물 군에 속하는 보석으로 붉은색의 루비를 제외한 모든 색의 커런덤을 지칭한다. 무색에서부터 옐로, 핑크, 오렌지, 그린, 바이올렛, 퍼플, 블랙 등의 색을 아우르는 팬시 컬러 사파이어와 핑크와 오렌지의 오묘한 조화를 자랑하는 파파라차(padparadscha) 사파이어까지. 커런덤의 색상 스펙트럼은 매우 넓지만, 다양한 컬러 중에서도 제일은 단연 청색의 사파이어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누군가 특별한 수식어 없이 ‘사파이어’라고 지칭할 때 우리는 찬란한 푸른빛의 보석을 떠올리곤 한다.
청색을 뜻하는 라틴어 ‘Sapphirus’에서 유래된 사파이어는 예로부터 ‘하늘의 보석’으로 불렸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하늘의 푸른색을 사파이어에서 반사된 색으로 여겼는데, 지구가 커다란 사파이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루비와 함께 치료의 힘을 가진 보석으로 다루어졌을 뿐 아니라 소유하면 악을 물리친다고 전해져 성직자의 반지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12세기 바티칸에서 시작된 전통으로, 추기경들은 순수함을 나타내기 위해 오른손 중지에 사파이어를 세팅한 링을 착용했다.
진리와 불변을 상징하는 사파이어는 예로부터 영원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약혼반지의 스톤으로 사랑받았다. 그 예로 나폴레옹이 그의 약혼녀 조세핀에게 전한 ‘너와 나(Toi et Moi)’ 링이 있다. 물방울 형태의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가 엇갈려 세팅된 디자인은 두 영혼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표현한다. 각 1캐럿이 채 되지 않는 크기의 스톤은 황제와 황후라는 권위에 비하면 소탈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젊고 유망한 장교였던 나폴레옹이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구입했던 반지는 20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되며 다양한 재해석을 통해 현대의 주얼리로 재탄생하고 있다.
(좌) 윌리엄 왕자와 다이애나비, (우)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
사파이어는 덕망과 자애, 그리고 성실과 진실의 상징으로 중세에는 왕실의 보석으로 불리며 수많은 왕관 위를 장식했다. 사파이어를 향한 영국 왕실의 애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데,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의 약혼반지에서 그 사랑을 찾아볼 수 있다. 2010년 윌리엄 왕자와의 결혼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착용하고 나와 화제가 된 이 반지는 본래 윌리엄 왕자의 어머니인 다이애나 비의 약혼반지였다. 윌리엄 왕자가 동일한 디자인의 귀걸이와 함께 선물한 반지에는 12캐럿의 사파이어는 물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어머니의 유품인 반지를 통해 이어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영원을 약속하는 하늘의 보석, 9월의 탄생석 사파이어를 세팅한 주얼리를 소개한다.
플래티늄 소재에 0.45캐럿의 라운드 사파이어와 총 0.36캐럿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티파니 솔리스트 사파이어 및 다이아몬드 링. 티파니, 천7백만원대.
파베 세팅된 다이아몬드 사이로 중앙의 페어 컷 사파이어가 빛나는 디바스 드림 오픈워크 이어링. 불가리, 4천2백만원대.
페어 쉐이프 컷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가 돋보이는 클래식 그라프 브레이슬릿. 그라프, 3억9천만원대.
각각 23.10, 21.78캐럿의 스리랑카산 오벌 사파이어와 1.55캐럿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조시아 네크리스. 반클리프 아펠, 가격 미정.
Editor : Mok Jeong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