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십이야’ 2막 4장에서 등장인물 올시노 공작과 광대는 보석에 공작의 마음을 빗대어 표현한다. 변덕스러운 심정과 자연이 닦아놓은 기적 그리고 보석의 여왕. 이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10월의 탄생석, 오팔이다.
희망과 순결을 상징하는 오팔은 ‘귀한 돌’을 뜻하는 라틴어 ’오팔루스(Opalus)’에서 유래되었다 규산(SiO2)으로 이루어진 오팔은 블랙 오팔, 파이어 오팔, 볼더 오팔 등 발견된 산지와 특성, 컬러와 같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그중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색의 유희(play-of-color)’로 불리는 유색 효과다.
입사하는 광선의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독특한 성질을 변채(變採)라고 한다. 오팔이 변채를 보이는 이유가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호주의 광물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0.0001~0.0005mm의 아주 작은 크기의 구형 물질이 격자무늬로 쌓여 있는 틈 사이로 들어간 빛이 분광하며 다양한 색의 유색 효과로 나타난 것. 이때 구형 입자의 크기는 유색 효과의 색을 결정하는 원인이 된다.
무지개를 담은 듯 찬란히 빛나는 유색 효과는 ‘환상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 아랍인들 역시 오팔이 자아내는 색의 유희를 천국에서 떨어뜨린 번갯불의 섬광으로 믿었다. 또 고대 로마인들은 오팔을 미의 상징으로 여겼는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이’를 의미하는 큐비트 비데로스로 부르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로마 시대 박물학자인 대 프리니우스의 표현을 빌리면 오팔은 루비의 불꽃과 자수정의 화려한 자색 그리고 푸르른 에메랄드의 초록이 혼연일체를 이루는 보석이다.
르네 랄리크가 디자인한 초커와 네크리스.
이렇듯 모든 보석의 진수를 담은 오팔이 주얼리 가장 빛을 발했던 때는 아르누보 시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전개된 미술 양식인 아르누보는 인간과 자연에 근본을 둔다. 당시 주얼리 업계도 영향을 받았는데, 아르누보 시대의 예술가 르네 랄리크(René Jules Lalique)는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의 남용을 반대하며 에나멜, 뿔과 함께 오팔, 문스톤과 같은 준보석을 사용했다. 다채로운 컬러의 에나멜과 함께 사용한 오팔은 부드러운 곡선을 띄는 자연의 모티프와 함께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대와 아르누보 시대까지, 오팔을 향한 사랑은 현대에도 이어진다. 특히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예술성을 뽐내는 하이 주얼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보석으로 자리 잡았다. 환상적인 무드를 선사하는 10월의 탄생석, 오팔을 세팅한 주얼리를 소개한다.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에 14.16캐럿 카보숑 컷 오팔이 시선을 사로잡는 마크리 유색 링. 부첼라티, 1억천4백만원대.
총 16.23캐럿의 오팔과 다채로운 컬러 젬스톤의 조화가 아이코닉한 리본 이어링. 데이비드 모리스, 가격 미정.
화이트 골드에 블루 및 핑크 사파이어와 함께 39.08캐럿의 호주산 볼더 오팔을 세팅한 푀야주 레뵈르 클립. 반클리프 아펠, 가격 문의.
오팔과 터쿼이즈를 결합한 오팔라주르 스톤과 함께 16.96캐럿 호주산 오팔을 세팅한 롱 타이 네크리스. 프레드, 가격 미정.
Editor : Mok Jeong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