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꼴이 전하는 주얼리 문화의 의미
-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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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 문을 여는 레꼴 주얼리 스쿨은 학교이자 박물관, 연구 기관이자 문화 플랫폼이다. 레꼴 주얼리 스쿨 회장 리즈 맥도널드는 이 모든 역할을 하나의 단어로 설명한다. ‘전승’. 그녀가 말하는 주얼리 문화의 의미를 들어봤다.

서울 북촌에 문을 여는 레꼴 주얼리 스쿨(이하 레꼴)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에꼴 드 루브르와 유네스코, 싱가포르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을 거쳐 레꼴을 이끄는 리즈 맥도널드 회장은 주얼리를 럭셔리 산업의 산물이 아닌 인류 문화의 언어로 바라본다. 그녀가 말하는 레꼴의 역할은 단 하나의 단어로 요약된다. 바로 ‘전승’이다. “
우리의 역할은 주얼리 문화를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2012년 반클리프 아펠의 지원으로 설립된 레꼴은 오늘날 파리·홍콩·상하이·두바이에 상설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각지를 순회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대중과 만나고 있다.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6월 25일부터 7월 15일까지 3주간 북촌 가회동의 푸투라 서울을 거점으로 진행된다. 역사와 공예, 장인정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공간에서 강의와 워크숍, 전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주얼리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맥도널드는 레꼴이 박물관과 비교될 수는 있지만, 결코 박물관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박물관이 관람객을 유리 진열장 너머에 세운다면, 레꼴은 그 유리를 걷어내고 직접 경험하도록 초대한다. 전시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보석을 관찰하고, 도구를 만지고, 장인의 기술을 체험하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직접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는 레꼴의 철학 그 자체입니다.” 그녀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교육의 확장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이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그 지역의 전통과 장인 문화를 살피고 전문가, 박물관, 대학, 연구 기관을 찾는다. 주얼리를특정 시대나 메종의 산물이 아닌 인류 문화의 일부로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은 이번 서울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에메랄드를 주제로 한 <에메랄드의 정원 ‒원석의 발견> 전시는 하나의 보석을 광물학과 역사, 예술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보석을 아름다운 오브제를 넘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또 다른 특별 전시 <되살아난 기술: 몽탕 토르크 복제품>에서도 이어진다. 이 전시는 고고학자와 장인이 함께 24K 골드로 재현한 켈트족의 금제 목걸이, 토르크를 선보인다. 단순히 유물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장인들의 기술과 제작 과정을 탐구했다. 이를 계기로 서울에서는 한국 고대 금세공 문화를 함께 살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중요한 점은, 두 문화가 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유사한 기술과 형태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거죠. 결국 주얼리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레꼴의 연구는 언제나 학문적 탐구에서 출발한다. 파리에 위치한 연구 부서는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면 약2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한다. 이후 그 결과는 강의와 전시,출판, 학술 행사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연구는 레꼴의 중심입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다시 전시와 강의, 출판으로 발전시킵니다.”
물론 이러한 독립성과 학문적 신뢰성은 한 사람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맥도널드는 연구자와 큐레이터,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네트워크와 과학위원회가 교육 콘텐츠와 연구 방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며 균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시각과 전문성이 교차하는 구조 자체가 레꼴의 중요한 기반인 셈이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반클리프 아펠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 과연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을까. 맥도널드의 답변은 의외로 단호했다. “레꼴의 역할은 반클리프 아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얼리에 대한 지식과 문화를 더 많은 이와 나누는 것입니다.”

그녀는 실제 사례를 들었다. 몇 해 전 진행한 아르누보 전시에서는 까르띠에 작품을 전시했지만, 반클리프 아펠 작품은 한 점도 전시하지 않았다. 아르누보를 이야기하는데 까르띠에가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켈트 토르크 전시 역시 반클리프 아펠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우리는 언제나 주제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택합니다. 박물관 소장품이든, 개인 컬렉션이든, 다른 메종의 작품이든 상관없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교육 방식에서도 이어진다. 이곳의 강의는 일반적 강의실 수업과 다르다. 참가자들은 실제 젬스톤을 만지고, 감정 장비를 사용하고, 주얼리 제작 도구를 직접 다룬다. “프랑스에는 ‘손의 지성’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저는 눈의 지성과 모든 감각의 지성도 믿습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만지고, 직접해보면서 배웁니다.”
레꼴 프로그램 과정
그녀는 이러한 경험이 주얼리를 단순한 사치품에서 지식의 영역으로 이동시킨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면서 주얼리 제작이 얼마나 복잡한 작업인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장인 기술 앞에서 겸손함을 느끼게 되죠.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창조성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이번 방문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싶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한 뒤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우리는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단 하나의 작은 호기심. 호기심만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10년 동안 생활하며 아시아 여러나라를 경험한 맥도널드는 한국의 박물관 문화에 깊은 인상 받았다고 했다. 특히 스스로를 “박물관과 전시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자기 전시와 달항아리 전시를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전시 연출의 사례로 꼽았다. “우리는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서만 온 것이 아닙니다. 한국으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도 왔습니다. 한국은 문화의 전승에 대한 의식이 매우 강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서울 매우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3주간의 서울 전시가 끝난 뒤 어떤 결과가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레꼴이 서울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아시아 순회의 연장선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맥도널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학술 기관 콜레주 드 프랑스와의 공동 연구, 국제 학술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언급하며 레꼴이 교육 기관인 동시에 학술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에서 열리는 레꼴은 단순한 문화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학과 박물관, 연구자들과의 새로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녀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한 번의 행사에 대한 수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레꼴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전시나 클래스 자체보다 관계와 교류라면, 이번 프로그램은 새로운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에디터: 서재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