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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의 향취

레드 와인이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깊은 가을 정취와 가장 잘 어울리는 품종은 네비올로가 아닐까. 유명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네비올로 명산지 피에몬테로 안내한다.


바바의 포도밭.
바바의 포도밭.

국토 전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이탈리아에서도 피에몬테는 고급 와인 생산지로 꼽힌다.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온화한 대륙성기후로, 해발 고도 약 150~600m 구릉지대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어 포도 나무가 다양한 방향과 높이에서 햇빛을 받는다.


피에몬테에서 가장 명성 높은 곳은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다. 이탈리아 와인의 최고 등급인 DOCG에 해당하는 이 두 곳은 자동차로 30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지형과 토양이 달라 와인 맛이 제각각이다. 바롤로 와인은 중후한 무게감과 함 께 타닌이 강한 편이고,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보다 우아하고 섬세한 스타일이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모두 네비올로(Nebbiolo) 품종의 매력을 충분히 드러내는 명산지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안개’를 의미하는 네비아(Nebbia)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네비올로를 생산하는 지역은 가을이면 짙은 안개가 끼는데 이는 포도 숙성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품종에 비해 늦게 익는 네비올로는 기후와 토양에 민감해 재배하기 까다롭고 섬세한 양조 기술도 필수적이다. 특히 숙성 기간이 중요한데, 바롤로는 오크통 숙성 18개월을 포함해 최소 38개월 이상 숙성해야 한다. 바르바레스코는 오크통 숙성 9개월을 포함해 반드시 26개월 이상 숙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네비올로의 명산지 피에몬테.
네비올로의 명산지 피에몬테.

잘 만든 네비올로 와인은 매력적인 풍미로 그 명성을 증명한다. 향과 맛의 깊이가 남다른 것. 장미와 붉은 베리, 딸기, 야생 허브, 타르 같은 향과 함께 감초와 정향 등 복합적인 향신료 아로마가 뒤따른다. 흙 내음과 삼나무 향도 빼놓을 수 없다. 잘 숙성된 와인에서는 송로버섯 향이 나고, 낙엽이 쌓인 숲속 풍경을 연상시키는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타닌이 풍부하고 산도가 높아 탄탄한 구조감과 보디감이 무겁지 않고 신선하기까지 하다. 와인 한 잔을 통해 천천히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네비올로로 만든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바롤로의 유명한 크뤼 세 곳의 특징을 모두 담은 와인, 보르고뇨 바롤로 리제르바.


바롤로의 역사적 와이너리, 보르고뇨

1761년에 설립한 보르고뇨(Borgogno)는 현존하는 바롤로 와이너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1848년 와인을 판매했다는 공식 기록이 남아 있고, 1861년 이탈리아의 통일 축하 만찬주에서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롤로 지역의 중심부에 처음 지은 역사적 건물에서 지금도 변함없이 와인을 만들고 있다. 특히 1920년부터 와이너리 경영을 맡기 시작한 체사레 보르고뇨는 피에몬테에서 해외로 와인을 수출하며 바롤로 와인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장기 숙성하는 와인을 보관하기 위해 와이너리에 별도 와인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는데, 그 덕분에 보르고뇨는 현재 바롤로에서 가장 많은 올드 빈티지 와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르고뇨는 바롤로의 유명한 크뤼 포도원인 칸누비(Cannubi), 리스테(Liste), 포사티(Fossati)에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와이너리의 역사를 상징하는 ‘보르고뇨 바롤로 리제르바(Borgogno Barolo Riserva)’는 세 가지 크뤼 성격이 모두 담긴 와인이다. 칸누비는 우아함과 강렬함, 리스테는 구조감과 숙성 잠재력, 포사티는 화려함과 여성스러움을 보여주는데 세 크뤼의 테루아에서 생산된 네비 올로를 사용해 수십 년간 숙성할 수 있는 특별한 와인을 생산한다. 시음해보면 부드러운 질감과 매혹적인 깊이감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바바의 와인 셀러.
바바의 와인 셀러.

음악과 와인을 즐기는 기쁨, 바바

약 30년 전부터 한국에 와인을 선보여온 바바(Bava)는 와인 마니아들에겐 친숙한 브랜드다. 6세대에 걸쳐 와인을 생산해온 바바 가문은 1600년대부터 포도를 재배했고, 1911년 주세페 바바가 레스토랑과 와이너리를 함께 오픈하며 와인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 오너인 로베르토 바바는 1980년대부터 미각과 다른 감각을 연결하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음악을 접목했다.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와인 셀러와 포도밭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개최하고, 셀러에서 숙성 중인 와인에 음악을 들려주며 음악 DNA를 더한다. 그뿐 아니라 프렌치호른, 바이올린, 첼로 등 와인과 잘 어울리는 클래식 악기를 레이블로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후한 더블베이스의 음색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 바바 바롤로 스카로네.


바바는 바르베라, 코르테제, 말바시아 등 이탈리아 토착 품종을 이용해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데, 네비올로로 생산하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바바 바롤로 스카로네(Bava Barolo Scarrone)’는 바롤로의 스카로네 크뤼에서 생산한 와인 중 유일하게 한국에 선보이고 있다. 이 와인의 레이블에서는 더블베이스를 볼 수 있다. 깊고 중후한 저음을 내는 더블베이스는 풍부한 아로마와 잘 숙성된 타닌이 느껴지는 바롤로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이미지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도 닮았다. 


고도가 높은 펠리세로의 포도밭.
고도가 높은 펠리세로의 포도밭.

네비올로를 온전히 표현하는 바르바레스코, 펠리세로

바르바레스코는 포도밭 면적이 바롤로의 3분의 1 규모이기에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바롤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에 론칭한 펠리세로는 바르바레스코 생산 지역 인 트레이소(Treiso)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1957년 조반니 펠리세로가 설립한 이후 3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왔으며, 지금은 조르조 펠 리세로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이곳은 네비올로, 바르베라, 돌체토 등을 재배하며 와이너리가 소유한 포도밭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특히 펠리세로의 포도밭은 다른 곳보다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커서 고품질 네비올로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펠리세로 와이너리의 플래그십 와인 중 하나인 펠리세로 바르바레스코 바노투.


한국에는 펠리세로에서 플래그십 와인으로 손꼽는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수입된다. 네비올로의 오래전 이름을 붙인 ‘펠리세로 바르 바레스코 누비올라(Pelissero Barbaresco Nubiola)’, 경사진 포도밭의 각기 다른 고도에서 수확한 포도를 블렌딩하는 ‘펠리세로 바 르바레스코 투린(Pelissero Barbaresco Tulin)’, 가족이 처음 구입한 역사적 빈야드에서 생산하는 ‘펠리세로 바르바레스코 바노투 (Pelissero Barbaresco Vanotu)’ 세 가지다. 펠리세로의 와인 맛을 보면 바르바레스코가 바롤로보다 풍미가 약하다는 인식이 완전히 사라질 것. 풍부한 아로마, 뛰어난 구조감과 타닌, 긴 여운이 네비올로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Writer : Ahn Mi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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