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룩한 가업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예술혼을 이어가는 딸들이 있다. 그들 사이에는 창립자의 정신을 계승하고 서로를 보완하며 쌓아가는 굳건한 유대의 시간이 흐른다.
Messika
메시카
메시카는 주얼리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하우스다. 1972년 앙드레 메시카(André Messika)에 의해 설립된 이후, 당시 다이아몬드 무역 회사로 알려졌던 메시카는 약 20년 뒤인 지금 방돔 광장의 클래식 하우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더불어 창립자의 딸인 발레리 메시카(Valér ie Messika)는 프랑스 주얼리 전통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기업가이자 디자이너로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름을 떨치는 중이다.
창립자인 앙드레 메시카는 보석상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가업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1972년 22세의 나이에 프랑스에서 다이아몬드 트레이더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2003년 다이아몬드 거래소가 있는 이스라엘로 이주해 업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나아가 다이아몬드 트레이더에 멈추지 않고 다이아몬드 세공사로 활약했다. 그에게 다이아몬드는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진정한 열정의 대상이었다.
메시카
발레리 메시카는 집안 환경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이아몬드의 세계에 입문했다. 파리의 CEL SA(Centre d’Etudes Littéraires et Scientifiques App liquées)에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5년간 아버지와 함께 일하며 다이아몬드에 관한 깊은 지식을 쌓았다. 이어 2005년에는 다이아몬드에 현대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해석을 더해 아버지의 메시카를 자신만의 주얼리 브랜드로 새롭게 선보였다. 다이아몬드가 유연하게 움직이는 무브 컬렉션의 디자인처럼 기술에 모던한 감각을 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자신의 컬렉션에 대해 “모든 것은 본능과 신념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여성들의 표현력이 점점 더 진화하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유롭고 자신감이 넘치는 여성들에게 모던하고 캐주얼한 럭셔리 주얼리를 제안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메시카 파리는 비욘세(Beyoncé), 케이트 모스(Kate Moss), 리한나(Rihanna),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 지지 하디드(Gigi Hadid), 켄달 제너(Kendall Jenner) 등 수많은 유명 인사를 매료시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Buccellati
부첼라티
현재 리치몬트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주얼리 브랜드 부첼라티는 1919년 마리오 부첼라티(Mario Bucce llati)가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 옆에 첫 부티크를 열며 그 역사가 시작됐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의 전통 금세공 스타일, 특히 르네상스와 베네치아의 예술에 매료된 디자인을 따르기보다는 동양의 예술과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이를 재해석하는 데 몰두했다. 이로써 옐로우 골드와 화이트 골드를 결합하고, 조각 및 체이싱(Cha sing, 금속에 양각한 무늬)과 같은 고대 금세공 기술을 활용한 독특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완성한다.
이러한 부첼라티의 창의성은 마리오에서 아들 지안마리아 부첼라티(Gianmaria Buccellati)로, 그리고 지안마리아의 아들 안드레아 부첼라티(Andrea Buccellati)에서 다시 딸 루크레치아 부첼라티(Lucrezia Buccellati)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지식과 기술, 노하우와 열정이 전수되고 있다. 이 같은 세대간의 전수는 부첼라티가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독특한 스타일과 전통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다. 현재 부첼라티를 책임지고 있는 안드레아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보석 선별법과 주얼리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작하는 데 적극 참여 중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는 루크레치아 역시 가족의 유산을 이어가며 결혼반지 전용 컬렉션인 ‘라마지(Ramage)’와 실버 주얼리 ‘블로섬(Blossoms)’ 등을 디자인해 부첼라티의 전통과 전문성을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해석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 어느 외부 디자이너와도 협업을 진행한 적이 없는데, 이는 이들이 갖는 디자인적 자부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자라고 뉴욕에서 공부한 루크레치아는 나이가 들면서 메커니즘 창작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며, “2019년 브랜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창의적인 전통과 협력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증조부인 마리오와 할아버지 지안마리아가 처음 시작한 일을 이어가는 일은 새로운 세대의 일원이 되는 데 더없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족의 유산을 이어가게 되어 영광입니다”라며 한 세기가 넘게 이어온 가문에 여정에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Ole Lynggaard Copenhagen
올레 륀고르 코펜하겐
1963년에 설립된 이후 덴마크 왕실의 공식 주얼리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올레 륀고르 코펜하겐은 럭셔리 정신에 걸맞은 창의적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유기적 형태와 부드러운 표면을 갖춘 세련되고 우아한 주얼리는 스칸디나비아 지역 특유의 은은한 관능미가 특징이다.
올레 륀고르 코펜하겐
1969년 올레 륀고르(Ole Lynggaard)는 이집트의 카이로 박물관에서 본 보물에서 영감을 받아 금과 다이아몬드, 투르말린 등으로 제작한첫 주얼리 컬렉션인 ‘스네이크(Snakes)’를 출시하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이집트 여신의 손가락과 손목은 물론 귀와 목을 장식한 뱀의 키메라적이고 장식적이며 관능적인 스타일을 재현한 디자인은 당시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딸 샤를로테 륀고르(Charlotte Lynggaard)는 1992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샤를로테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소재의 정교함으로 차별화를 꾀하며 매일 착용할 수있는 데일리 주얼리 콘셉트를 도입했는데, 곧바로 스칸디나비아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무한한 영감의 원천은 자연입니다”라고 말하며 선보인 ‘스위트 드롭스(Sweet Drops)’ 콘셉트의 주얼리가 많은 숲에서 관찰한 꽃의 줄기를 유기적 형태와 부드러운 표면으로 디자인하고 다양한 스톤을 가죽이나 실크에 연결해 다채로운 조합이 가능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는 인도가 대영제국의 일부로 빅토리아(Victoria) 여왕의 통치를 받던 시기인 1800년 무렵에 여성들이 주얼리를 착용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올레 륀고르와 샤를로테 륀고르는 기능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은 물론, 영혼이 깃든 주얼리 제작에 많은 열정을 기울인다.
아울러 스톤의 광채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고 고객에게 이를 진정한 생활 속의 예술로서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형태와 색상의 부드러운 조화와 강렬한 개성이 하모니를 이루는 이들의 작품은 유행과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추상적이면서도 미래를 지향하는 형태로 시대를 초월한 기품을 담아낸다.
Editor : CARINE LOEIL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