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이전 보라색은 권력과 부를 상징했다. 보라색을 내는 염료가 매우 귀해 왕족과 귀족만이 향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색의 보석 역시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는데, 대표적인 자색의 보석이 바로 2월의 탄생석 자수정(Amethyst)이다.

수정은 결정형이 뚜렷하고 투명한 색을 띠는 석영을 지칭한다. 폭 넓은 컬러의 스펙트럼을 가진 수정은 띠고 있는 색깔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노란색의 황수정(Citrine), 분홍색의 장미수정(Rose quartz) 등이 그 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보랏빛의 자수정으로, 밝은 라일락 컬러에서 깊고 강렬한 퍼플에 이르는 다채로운 컬러 중 가장 선호되는 것은 붉은빛이 가미된 로얄 퍼플이다.
(좌)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 (우) 영국의 십자가 왕홀
보라색이 희귀했던 시대에 자수정은 동서양 모두에서 귀한 보석으로 여겨졌다. 19세기 전까지는 루비와 에메랄드에 달하는 높은 가격을 자랑할 정도였다. 자수정은 특히 영국 왕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는데, 영국 왕실의 대관식에 사용하는 보물 레갈리아(Coronation Regalia)를 통해 당시 자수정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레갈리아에는 왕이 되는 순간 씌워지는 성 에드워드 왕관(St Edward's Crown)과 대관식이 끝난 후 행진할 때 착용하는 영국의 제국관(the Imperial State Crown), 그리고 왕홀(Sovereign’s Sceptre with Cross)과 보주(Sovereign’s Orb)가 있다. 자수정은 이중 세인트 에드워드 왕관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보물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찰스 2세가 왕의 대관식을 올릴 때 만들어진 보주는 십자가 아래에 커다란 자수정을 세팅했으며, 함께 만들어진 왕홀에도 십자가 아래에 자수정을 세팅했다. 십자가 왕홀은 커다란 자수정과 함께 컬리넌 다이아몬드 중 530.2캐럿으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다이아몬드 ‘아프리카의 별’을 통해 군주의 힘과 정의를 표현한다. 찰스 2세의 대관식 이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이어 2023년 치뤄진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오른 레갈리아는 변함없이 찬란하게 빛나며 위용을 자랑했다.
(좌) 1985년 3월 포르투갈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우) 하단의 펜던트를 제거하고 착용한 켄트 브로치.
영국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보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브로치는 빅토리아 여왕의 어머니인 켄트 공작부인 소유물이었던 자수정 브로치다. 네크리스와 이어링, 그리고 머리 장식과 함께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브로치는 켄트 브로치라 불린다. 1985년 3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포르투갈에 방문했을 때 이 주얼리 세트를 착용하고 나와 이목을 끌었는데, 육각형 형태의 자수정을 중심으로 다이아몬드를 두른 디자인의 주얼리는 화려함과 품위가 느껴지는 피스였다. 이후로 그녀가 이 주얼리 세트를 모두 착용하고 대중의 앞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보라색 외투를 걸칠 때면 그녀의 옷 한 켠을 차지하는 일이 많을 만큼 여왕의 사랑을 받은 브로치 중 하나였다.
평화와 성실의 상징, 2월의 탄생석 자수정을 세팅한 주얼리를 소개한다.
알레그라 펜던트 이어링은 18k 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하고 핑크 투르말린과 자수정을 베젤 세팅했다. 불가리, 3천4백만원대.
18K 옐로 골드에 자수정을 세팅한 엘사 퍼레티™ 팬시 컬러링. 티파니, 7백만원대.
핑크 골드에 브라운 다이아몬드와 자수정으로 장식한 마르게리따 링. 다미아니, 4백만원대.
빵드 쉬크르 애머시스트 핑크 골드 링은 18K 핑크 골드에 13.8캐럿의 슈가로프 컷 자수정과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프레드, 천5백만원대.
18K 옐로 골드에 오벌 컷 자수정 4개와 오벌컷 모거나이트 2개, 페어 컷 페리도트 12개를 세팅한 피쪼 네크리스. 돌체앤가바나, 2천3백만원대.
Editor : Mok Jeong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