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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과 세속을 넘나드는 금의 매력

  • veditor3
  • 7월 31일
  • 2분 분량

보석은 지구가 탄생할 때 함께 생성되었다. 땅속 깊은 곳의 규소는 수정이 되었고 정연하게 배열된 탄소는 다이아몬드로 결정되었다. 진주는 조개의 상처에서, 산호는 바다의 숨결에서 비롯되었으며, 인간은 반짝이는 이 물질에 신의 축복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보석은 각기 고유한 색과 광채로 삶과 믿음의 의미를 품어왔다. 하지만 금은 다르다.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조엘레리아 컬렉션 주얼리 제작 과정.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조엘레리아 컬렉션 주얼리 제작 과정.

금은 지구가 만든 것이 아니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의 폭발과 중성자별의 충돌이라는 우주의 격렬한 순간에 탄생한 금은 운석을 타고 지구에 도달했고, 약 40억 년 전 지각 깊숙이 자리 잡아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광맥을 이뤘다. 금은 지구에 낯선 빛이며, 인간 문명이 만난 최초의 '비현실적' 재료였다. 산화되지 않고, 녹슬지 않으며, 물리적 접촉에도 본질을 잃지 않는 금. 고대 이집트인은 금을 '신의 살'로 불렀고, 파라오의 얼굴을 금으로 감싸 불멸의 형상을 부여했다. 로마 황제는 자신의 초상을 새긴 금화로 권위를 각인했고, 중세 시대 성인은 유골을 담은 성물함 위에 금을 얹어 영혼의 흔적을 빛으로 봉인했다.


(좌) 오픈워크 장식 귀고리, 클리블랜드 미술관, (우) 안드라 프라데시 와실 귀고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인류는 불멸을 믿고 싶을 때마다 금을 찾았다. 또 이러한 불변성과 영속성은 금을 신에게, 왕에게, 그리고 결국 자신에게 바치는 재료로 만들었다. 금은 신화와 신념의 소재이자 권위와 아름다움의 언어였다. 수메르의 사제들은 금 구슬과 선을 제의에 사용했고, 이집트의 장인들은 파라오를 위해 금 마스크를 만들었다. 헬레니즘 장인들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0,14mm의 금 알갱이를 수작업으로 배열하고 열을 가해 융착하는 그래뉼레이션 기법을 완성했으며, 필리그리 기법은 금을 시간과 정신의 집약체로 바꿔놓았다.


(좌) 신축성을 자랑하는 포페의 골드 메쉬 주얼리, (우) 부첼라티 마크리 클래시카 컬렉션 이어링.

이러한 고대 기술은 현재 하이 주얼리 세계에서도 살아 숨쉬고 있다. 부첼라티는 리가투라와 오픈워크를 통해 고전적 세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그들의 섬세한 조각, 매트 텍스처, 바늘 구멍만 한 천공은 금을 직물처럼 다루며 장식성과 절제를 동시에 구현한다.



글: 강민정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디지털공예과 교수)





신성과 세속을 넘나드는 금의 빛나는 매력은 <드림즈 코리아> 2025 여름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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