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부활과 대담한 변신을 상징하며 전설의 반열에 오른 불가리의 아이콘 세르펜티가 탄생 75주년을 맞이했다.
불가리 스타일의 정수로 꼽히는 세르펜티 컬렉션의 뱀. 뱀은 생명과 변화, 지혜, 활력, 재생 등을 상징하며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상징성은 1884년에 설립된 로마의 주얼리 하우스 불가리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지난 75년 동안 단순함에서 화려함으로, 현실적인 영역에서 추상적인 영역으로 변모하며 장인 정신과 창의성을 발휘했는데, 특히 이집트 신화와 치네치타(Cinecittà), 할리우드 여배우, 왕실 귀족, 전설적인 보석상 등과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를 자아낸다.
1940년대 후반에 시계와 주얼리 분야에서 출발한 세르펜티 컬렉션은 가죽 제품과 액세서리 분야로 눈부신 확장을 이어갔다.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매혹적인 변화를 상징하며 각 시대를 해석하는 데 성공했고, 세대를 이어 당당한 매력을 발산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성장의 특별한 계기는 1932년에 투보가스 기법의 브레이슬릿을 처음 선보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속을 소재로 한 뱀 비늘 모양의 튜브형 밴드는 유연성과 함께 뛰어난 탄성까지 갖추었다.
이후 불가리 주얼리 공방에서는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의 라인을 더욱 부드럽게 다듬고, 물결의 형태나 말아올리는 모습으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 놀랍도록 뛰어난 유연성을 지닌 시계 스트랩을 개발했다. 그리고 마침내 1948년 뱀 모티프에 이를 적용해 손목을 우아하게 감싸며 반짝이는 옐로 골드 소재의 최초의 주얼리 워치인 세르펜티를 탄생시켰고, 이로써 불가리가 지닌 장인 정신의 정점을 찍었다.
1950년대에는 2개의 다이아몬드나 컬러 스톤을 세팅한 눈 디자인으로 스타일의 변신을 꾀했으며, 1962년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가 로마에서 영화 <클레오파트라(Cleopatra)>를 촬영하는 동안 착용하면서 전 세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옐로 골드와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등의 소재를 바탕으로 에메랄드로 장식한 눈과 관절형 비늘이 돋보이는 세르펜티 브레이슬릿 워치를 착용했다. 상징성과 미학, 기술력이 결합된 이 독기 어린 아름다움은 단숨에 할리우드를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뱀이 상징하는 그 의미처럼 영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1970년대에는 컬러 에나멜과 유색 보석을 장식한 디자인의 유행에 발맞추어 보다 창의적이고 대담한 도전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추상에서 구상으로 나아가며 극도로 화려한 하이 주얼리로 발돋움했으며, 때로는 뱀이 갖는 형태에 주목해 삼각형의 시계 케이스와 다채로운 비늘 디자인을 시도하기도 했다.
1975년 『보그(Vogue)』의 전설적인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Diana Vreeland) 역시 사파이어로 눈동자를 꾸민 옐로 골드 에나멜 소재의 세르펜티 벨트와 목걸이를 착용해 그 명성의 가치를 더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 세르펜티는 가죽 제품과 향수병, 안경 프레임 등과 같은 다양한 제품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며 아이콘의 역할을 공고히 다져나갔다. 이후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무한한 변신을 거듭하면서 더욱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디자인으로 다채로운 라인을 완성해갔고, 세르펜티 바이퍼 컬렉션을 통해 상징적인 손목시계로 확장된 영역을 선보이며 컬렉션의 입지를 강화했다. 아울러 출처를 100% 추적할 수 있는 인증된 골드로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는 럭셔리 하우스의 책임감 있는 약속을 재확인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2024년에 이 매혹적인 모험은 1950년대의 유명한 작품에 대한 찬사를 담아 새로운 공법인 팔리니 세공법으로 완성한 경이로운 피스로 돌아왔다. 핑크 골드 소재의 네크리스와 링, 이어링, 브레이슬릿 등에 장식된 다이아몬드와 블랙 오닉스 그리고 수백 개가 넘는 골드 비드의 유려한 움직임은 주얼리의 영역을 넘어 예술혼에 대한 탄성을 자아내게 하며 만져보고 싶은 충동까지 불러일으킨다. 로마의 주얼러는 다시 한 번 아이콘의 변주를 통해 우리에게 신선한 놀라움을 선사했다.
Writer: Caroline Corvaisier, Editor: Jay 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