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누보 시대를 이끌며 주얼리 트렌드를 선도한 프랑스의 주얼리 메종, 베베르.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추구하며 새롭게 도약하는 베베르의 가치를 만난다.
메종 베베르의 역사는 가족 경영에서 시작된다. 약 200년 전 창립자 피에르-폴 베베르(Pierre-Paul Vever)가 프랑스 동부 메츠에서 설립한 후 그의 아들 에른스트가 세계적 주얼리 성지인 파리 방돔 광장에 정착하며 그 명성을 이어간 것. 1872년 방돔 광장 19번지에서 시작된 베베르는 이후 14번지로 자리를 옮기며 성공을 이루었고, 1881년 에른스트는 자신의 두 아들 폴과 앙리에게 가업을 물려준다. 앙리는 베베르의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할 뿐 아니라 〈19세기 프랑스의 보석(La bijouterie française au 19è siècle)〉이라는 주얼리 서적을 출판하며 학문적이고 예술적인 면에서도 큰 명성을 얻는다.
아르누보의 정신이 담긴 엠프레스(Empress) 네크리스.
아르누보의 선구자
역사가이자 예술가, 화가 그리고 독서광이었던 앙리는 아르누보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여성과 자연속 동식물에서 영감받은 아르누보는 부드러운 곡선과 비대칭 디자인으로 당시 장식 예술과 주얼리에 새바람을 일으켰는데, 뿔·상아·에나멜 등 주얼리에 사용하지 않던 소재의 등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영향을 받은 베베르의 작품 ‘주얼리 부케’는 1889년 세계 박람회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우아한 아름다움과 높은 수준의 기술에 대한 찬사를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1897년 브뤼셀 국제박람회,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등지에서 최고상을 연이어 수상한 베베르는 점차 성장해 아르누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러시아 차르 알렉산더 3세와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 등 당대 유명인이 그의 고객이었다.
(좌) 베베르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카미유와 다미앙 베베르, (우) 2.26캐럿 블루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징코(Ginkgo) 링.
사명을 다하는 럭셔리
아르누보 이후 100년이 흐른 지금, 베베르의 후손 카미유와 다미앙 베베르는 다시 한번 브랜드의 부흥을 도모한다. 그리고 이들이 집중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그들의 포부는 많은 바를 시사한다. 특히 이들의 관점에서 지속가능성과 아르누보는 모두 자연과 인류에 대한 찬사라는 점에서 그 결을 같이 한다. 아르누보의 특징인 상아는 식물성 타구아 너트(tagua nut)로 대체하고, 재활용한 골드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만 사용하는 그들의 시도는 다시금 보석계를 뒤흔들고 있다. 또 프랑스의 뛰어난 노하우를 홍보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브랜드의 주얼리는 모든 과정에서 프랑스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완성된다. 베베르 주얼리는 방돔 광장 9번지에 위치한 살롱에서 만날 수 있다.
Editor : Mok Jeong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