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테니스 코트 위의 주얼리

  • veditor3
  • 7월 1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2일

1978년 US 오픈 경기에 참가한 테니스 선수 크리스 에버트(Chris Evert)는 시합 도중 돌연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본인이 착용하고 있던 다이아몬드 브레이슬릿이 손목에서 흘러내린 것이었다. 코트 어딘가에 떨어진 브레이슬릿을 찾는 그녀의 모습은 TV를 통해 세상으로 송출되었고, 이후 그녀가 착용했던 브레이슬릿은 우리가 익숙히 아는 '테니스 브레이슬릿'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테니스 브레이슬릿을 착용하고 1980 윔블던 챔피언십에 참가한 크리스 에버트.
테니스 브레이슬릿을 착용하고 1980 윔블던 챔피언십에 참가한 크리스 에버트. ©Getty Images Korea

당시 크리스 에버트가 착용한 브레이슬릿은 다이아몬드를 일렬로 배열해 정교하게 연결한 세팅한 피스였다. 같은 디자인의 네크리스 역시 '테니스 네크리스'로 불리는데, 보석 본연의 광채를 강조하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격식을 갖춘 자리나 일상 속 캐주얼한 차림 모두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가장 클래식한 주얼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물론 테니스 경기에도 예외는 없다. 크리스 에버트를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테니스 선수의 손목과 목에서 그 우아한 실루엣을 찾아볼 수 있다.

(왼) 타사키 데인저 다이아몬드 브레이슬릿, (오) 불가리 피오레버 브레이슬릿.


테니스 브레이슬릿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민첩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테니스 경기에서 선수드은 왜 주얼리를 착용하는 것일까? 이러한 테니스와 주얼리의 긴밀한 관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테니스에서 주얼리는 선수의 개성을 드러내는 자기 표현의 방법으로서도 기능하지만, 하나의 마케틴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2022 윔블던 챔피언십에 참가한 세레나 윌리엄스.
2022 윔블던 챔피언십에 참가한 세레나 윌리엄스. ©Getty Images Korea

테니스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스포츠로, 특히 그랜드 슬램과 같은 큰 규모의 대회에서는 경기 중 선수의 손목과 귀, 목 부위가 자주 클로즈업된다. 이때 선수들이 착용한 워치와 주얼리는 패션과 브랜드 메시지를 하나로 아우르며 강력한 시너지를 선사한다. 그 예로 2022년 티파니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경기에서 티파니 주얼리을 착용한 채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인 코코 고프(Coco Gauff)와 2014년에 오데마 피게의 앰배서더로 발탁되어 은퇴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가 있다.


프레드 2025 포스텐 롤랑가로스 캡슐 컬렉션.
프랑스 오픈에 경의를 표하는 프레드 2025 포스텐 롤랑가로스 캡슐 컬렉션.

테니스의 대표적인 그래드슬램 대회로는 호주 오픈(Australian Open), 프랑스 오픈(Roland-Garros), 윔블던 챔피언십(Wimbledon Championships), US 오픈(US Open)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테니스와 패션의 독특한 만남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무대가 있다면, 단연 윔블던 챔피언십이다. 영국 윔블던에서 열리는 대회는 매년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진행되며, 올해에는 7월 13일 폴란드의 이가 시비옹테크(Iga Natalia Świątek)와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Jannik Sinner)가 각각 여자 단식과 남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25 윔블던 챔피언십 준결승전에 오른 어맨다 아니시모바.
2025 윔블던 챔피언십 준결승전에 오른 어맨다 아니시모바.  ©Getty Images Korea

1877년 시작된 이 대회는 유서 깊은 역사만큼 철저한 '올 화이트 드레스 코드'로 유명하다. 오로지 흰색 옷만을 착용한 채 출전해야 하며, 옅은 옐로가 가미된 크림색 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 규정은 수많은 선수에게 경고를 안겨주며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 엄격한 규칙이야말로 윔블던을 클래식하고 품격있는 스포츠 이벤트로 만들어 주는 요소다.


각 선수는 화이트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 옷의 형태와 텍스처 등 작은 디테일을 달리하고, 형형색색의 장신구를 착용해 자신만의 개성을 더한다. 올해 여자 단식 결승전에 오른 미국의 어맨다 아니시모바(Amanda Anisimova) 선수는 클래식한 테니스 네크리스에 까르띠에 저스티 앵 끌루 브레이슬릿과 블랙 컬러가 돋보이는 테니스 브레이슬릿을 레이어드하고, 크고 작은 이어링가 피어싱을 매치해 화려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2025 윔블던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를 치른 코코 고프와 다야나 야스템스카. ©Getty Images Korea


코코 고프는 1라운드 경기에서 미소마(Missoma)의 테니스 클래식 후프 이어링을 착용했다. 케이트 미들턴이 애용하는 브랜드로도 알려진 미소마의 이어링은 실버 소재로 이루어졌다. 뉴발란스가 그녀를 위해 특별 제작한 코르셋 형태의 운동복과 함꼐 정교한 자수가 돋보이는 셋업을 착용해 화이트 톤을 누구보다 입체적으로 해석했다. 경기 중 이어링을 떨어뜨리는 해프닝도 있었는데, 상대편 디야나 야스템스카가 코트 위에서 주얼리를 주워 건네는 장면은 크리스 에버트의 일화를 연상시키며 테니스와 주얼리의 상징적 인연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골드 뱅글과 실버 소재의 워치를 믹스매치한 케이트 미들턴의 룩. ©Getty Images Korea


윔블던에서는 선수들과 대조되는 관람객들의 룩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관람객은 선수와 같은 화이트 톤으로 스타일링하여 재치있는 룩을 선보이기도 하고, 화이트와 대조되는 다채로운 컬러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이들과 어우러진 주얼리 역시 룩의 완성도를 높이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올해에도 다양한 셀럽들이 경기를 관람하며 개성이 담긴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특히 우승 트로피를 수여한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은 이틀에 걸쳐 절제된 우아함이 돋보이는 룩으로 품위를 드러냈다.


7월 13일 남성 단식 결승전에 참석한 케이트 미들턴.
7월 13일 남성 단식 결승전에 참석한 케이트 미들턴은 로열 블루 컬러 드레스와 라피아 소재의 모자를 착용했다. ©Getty Images Korea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버터 옐로 컬러로 톤을 통일하고 볼드한 골드 뱅글을 착용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음날 치러진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로열 블루 톤의 원피스와 함꼐 클래식한 까르띠에 트리니티 이어링과 볼드한 체인이 독특한 다니엘라 드레이퍼(Daniella Draper)의 다이아몬드 네크리스를 매치해 우아한 무드를 연출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고 다이애나 비의 유품으로 유명한 사파이어 약혼 반지와 함께 이터니티 링 등 총 4개의 링을 레이어드한 스타일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했다. 양일 모두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를 착용한 점도 시선을 끌었다.


주얼리는 뜨거운 열기를 품은 코트 위 집중하는 선수의 신체 위에서 독특한 빛을 발한다. 기념비적인 사건에서 시작한 테니스와 주얼리의 긴밀한 관계는 현재까지 지속되며 떼어낼 수 없는 끈끄난 연대로 자리한다. 단순히 스포츠를 넘어 스타일과 스토리가 교차하는 무대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클래식한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테니스 네크리스와 테니스 브레이슬릿으로 불리게 된 것은 예견된 일이자, 필연적인 결과였을지 모른다.



에디터: 목정민

DREAMS MAGAZINE

㈜미디어퍼페추얼 | 드림즈 코리아

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 17길 48 501호

Tel : 02-6956-1551 | E-mail dreamsmag@naver.com

사업자등록번호 : 841-81-01340 | 출판사 신고 2019-000176호

개인정보책임관리 이은경

bottom of page